매일신문

[기고] 상고법원과 법치주의

대법원이 24일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 6월 상고법원 설치방안을 권고함에 따라 그에 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이번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도 대법원의 업무 과중과 그 경감 방안에 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오래전에 상고허가제도가 시행되기도 하였고, 현재는 심리불속행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대법원의 업무 경감 방안으로서나,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 측면에서 불완전한 제도라는 지적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 중에 이번에 제기된 상고법원 설치 주장은, 대략 살펴보아도 대법원의 업무 과중 상황이 아주 심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9월 초 퇴임한 양창수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원의 상황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더 이상의 무리가 있기 전에 현실적인 대응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절히 호소한 것으로 들었다.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제도적 기능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더 이상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원만한 실현과 국민들의 권리보호의 신장이라는 나라의 기본과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모든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가 되었다는 점도 이번 양 대법관은 그 퇴임사에서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에 논의된 상고법원안은 그 제도적 성격이나 구성 등에서 볼 때, 대법원의 업무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상고심의 심리 충실화를 통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다 확고하게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제도이건 제도 자체로 완전함을 기할 수는 없고 그 운영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의 대법원의 기능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적기에 해소할 수 있는 제도로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평가가 일방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충실한 논의가 이루어져 사법부와 법치주의의 미래에 중요한 초석이 놓여지기를 법원에 관심이 많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한편으로 이러한 시민적 관심과 바람은,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책무이기도 할 것이다.

세계은행의 경제학자들은 무형의 가치를 계량화하면서 법치주의가 국가의 무형자본의 57%를 점하고, 교육이 36%를 점하는 것으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결국 법치주의의 실현은, 국가 무형자본의 확대이자 성장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각 국가의 법치주의의 수준을 상대적인 지표로 평가한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0년도의 경우 81.04점을 얻어 세계 41위를 기록하였고, 아시아권 국가로는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를 보면, 싱가포르가 93.36점으로 15위, 홍콩이 91.46점으로 20위, 일본이 88.15점으로 26위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세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특히 앞선 부분은 준법의식이 문화적'시스템적으로 확보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진정한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국가과제 중 하나는 법 교육을 통한 법치주의의 생활화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도 법치주의의 큰 축인 대법원의 기능과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상고법원안에 대하여 모든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충실한 결실을 위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록, 사법부의 일부 현안이지만 우리나라와 국민 모두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이번 논의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깊은 이해가 있기를 기대한다.

함인석 전 경북대 총장'명예 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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