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현충로역 주변에 신기한 가게가 들어섰다. 빵집을 연상시키는 가게 이름, 두 건장한 사장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동네 주민들은 발길을 멈췄다. 현충로역 부근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공공점빵'은 두 청년 창업가의 꿈이 실현된 곳이다. 두 청년 사장들은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돈가스 집을 차렸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실현시키고 있다. "더 늦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용기를 낸 청년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하기까지, 꿈을 좇는 용기
김정태(29) 씨와 김상준(29) 씨, 두 사람의 인연을 단순히 '동갑내기 친구'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들은 의성 출신으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늘 함께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같은 성, 같은 혈액형 이외에도 많다. 키가 비슷해 학창시절엔 앞, 뒷자리에 앉았고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고등학교 때는 전교 회장과 부회장을 각각 맡았다. 대학교도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정태 씨는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상준 씨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는데 신기하게도 과방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정태 씨는 "눈빛만 봐도 감정을 모를 수가 없죠"라며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그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입버릇처럼 '나중에 함께 가게를 차리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둘은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했다. 상준 씨는 전공을 살려 복지관에, 정태 씨는 금융권에 취직했다. 하지만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고 느꼈다. 정태 씨는 "저는 원래 덤벙대는 성격이에요. 금융업과는 맞지 않았죠. 정산했을 때 돈이 남을 때가 제일 괴로웠어요. 모자라면 제 돈을 넣으면 되지만 남으면 누군가가 제 실수로 피해를 본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설쳤죠"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더 늦으면 평생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용기를 냈다. 상준 씨는 "직장을 그만두니 창업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며 "2012년부터 서울에 올라가 하루 3시간씩 자며 일을 배우며 창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창업의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상준 씨는 "의성에서 그 나름 '수재' 소리를 들으며 착실했던 두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니 상황이 달라졌다. 정태 씨는 "이번 추석 때도 직장생활 할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며 "전에는 '연봉은 얼마냐' '결혼 자금은 모으고 있냐'라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는데 이제는 '장사 잘된다'라는 한 마디면 되니까 간단하다"며 웃었다.
◆친근한 동네 사장님
'공공점빵'은 '모두(공공)를 위한 가게(점빵)'라는 뜻을 가졌다. 두 사장의 목표는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가게를 만드는 것이다. 가게는 좁은 골목 안에 있지만 동네에서는 큰길로 나가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핵심 골목에 위치했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한 번쯤 들어와 보는 이유다.
가게 문을 연 지 6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단골손님이 생겨나고 있다. 원룸에 사는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에서부터 과외를 하러 왔다가 한 번 맛을 보고 매주 오고 있는 대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와 자주 식사를 한다는 아주머니들까지, 공공점빵은 남녀노소 모두의 가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두 사장은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정태 씨는 "다른 가게에 가보면 음식이 맛은 있지만 종업원들이 아무 표정 없이 말하면 다시 가기 꺼려졌다"며 "우리는 맛과 양은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타고난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준 씨는 "손님이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육체적으로 힘들어 표정이 굳을 수도 있겠지만 주방에 가서 울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손님들 앞에서는 웃을 것"이라고 각오를 보였다.
◆목표 진정한 '공공점빵'을 만드는 것
두 청년 사장의 목표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모두의 가게'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모두의 가게'는 가게에 들른 모두가 행복한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들은 '마을 공연'을 계획 중이다. 정태 씨는 "상준이가 노래를 진짜 잘해요. 일종의 재능기부로 상준이가 노래를 하는 거죠.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기타를 배워 반주를 하려고 해요. 실력이 좋으면 주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하는 것이고, 못하더라도 주민 분들이 웃을 수 있으니 일단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무서운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이 벌써 가게를 편하게 들르기 시작한 것이다. 상준 씨는 "동네 꼬마들은 저희가 무료로 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오고, 아주머니들은 저희가 대견스러운지 밑반찬을 챙겨주기도 하세요"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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