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최대 도시 치앙마이
찬란한 독립왕조를 이루었던 란나 문명의 수도 치앙마이(new city).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로이 끄라통 축제에는 많은 세계인들이 몰린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매남(Mae Nam) 강을 따라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처럼 홈 로이(Hom loi), 풍등(風燈)이 떠오르고 강에는 로이 끄라통을 띄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서양인이 많이 보이며 2, 3년 전부터 몰려나오기 시작하는 중국인들도 많다. 개혁개방 후 치솟은 그들의 부의 척도가 요란스러운 목소리들과 비례 되는 듯하다. 여기저기 우리의 난장을 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으며 오색의 풍선 터뜨리기를 하는 곳에서 필자도 인형을 세 개나 탔다.
그들의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꽃배와 폭죽을 사 핑 강으로 향한다. 화약을 발명한 중국에는 못 미친다 할지라도 이곳에서 터뜨리는 폭죽의 양도 엄청나다. 그때마다 매캐한 연기들이 하늘을 덮는다. 이런 풍경들이 남쪽 바닷가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하고 고산족 마을에서도 가끔 폭죽을 사용한다. 다리 위를 사람들이 서로 밀듯이 오간다. 저마다 얼굴에 잔뜩 웃음꽃을 피우며, 난간에도 빈틈없이 사람들이 붙어 풍등을 올린다. 강 위로는 꽃배들의 행렬이 그칠 줄 모른다. 온 도시가 축제의 열기다.
하늘에 붙박여 있던 별들이 오늘 밤은 축제의 행렬에 끼어 흔들리며 먼 나라로 떠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는 더욱 흥청거리고 강변을 따라 길게 선 노점들의 불빛이 환하다. 띄엄띄엄 경찰들이 보이는데 간간이 대형 폭죽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돋우는 것 같다.
◆왓의 풍경
몇 집만 건너가면 있는 왓(절)의 뜨락 풍경도 흥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마치 어느 시골 전통시장에 온 듯 빽빽하게 노점들이 들어서 있고 마사지 하는 곳도 있다. 여기저기 길거리에도 난장이 펼쳐져 있으며 치앙마이의 가장 대표적인 명소인 뿌라뚜 타페 앞에도 나이트 마켓 때처럼 빈틈이 없다. 한쪽에는 인근에 있는 열 개 나라를 소개하는 조형물들이 놓여 있는데, 거리 곳곳에 이들의 우의를 나타내는 깃발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반대편 커다란 무대에서는 란나 전통 옷을 입은 무희들이 올라와 그들의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젊은 아빠가 뱅뱅 돌아가는 솜사탕 기계에서 눈처럼 하얀 뭉치를 만들어 내자 5, 6세쯤 되어 보이는 딸이 손님들에게 건네고 돈을 받아온다. 엄마도 그 옆에서 잔잔하게 웃고 있는데 이국인의 마음은 영 개운치 않다. 왓마다 정문에꽃과 오색 전구, 나뭇잎 등으로 다투어 장식을 했는데, 고요한 사찰 문화에 젖은 한국인에게는 언뜻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넓은 거리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이 무리를지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오토바이나 차들은 아예 가기를 포기했고 해자를 따라 길게 알 전구들을 달아 놓았다. 인근 치앙다오산이라고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았다는 뿌띠(머루처럼 작은 포도)를 파는데 단맛은 그리 나지 않는다. 언뜻언뜻 한국인의 소리도 들린다.
언젠가 왔을 때 은은한 미소로 노바스(동자승) 학교에서 팔리어를 가르치던 승려를 만났던 왓 마하탄의 뜨락에도 음악이 잔잔하게 흐른다. 대웅전과 사자상, 째디(탑) 등에 예쁜 조명을 켜 두었다. 마당 한쪽에서는 타이야이의 전통 악기인 기다란 모양의 장구, 순서대로 크기가 다른 8개의 북이 매인 기구, 탬버린을 닮은 악기에 맞추어 칼춤과 봉춤을 춘다. 음악 소리에 따라 지나가던 여행자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인근 가게에서는 보통 세 개에 100바트짜리 홈로이를 파는데, 이곳에서는 한 개에 60바트씩에 판다. 연인들은 거기에 자신들의 소망과 하트 표시를 해 스님과 함께 확인 샷까지 한다. 젊은 스님 두 사람이 계속 마당에 상주하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자정이 되어가니 바닷물이 빠지듯 그 혼란스럽던 거리에사람들의 소리가 점점 잦아지는데, 여전히 게스트 하우스는 구할 수 없다. 외곽의 거리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이 나라는 전기가 남아돌아 이웃 미얀마에도 판다. 보름 달빛이 고적하게 구름 사이에서 곱게 떠 고국의 부모형제를 더욱 그립게 한다.
*로이는 띄우다, 끄라통은 꽃배를 뜻한다.
**매(mae)는 엄마, 남(nam)은 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매남은 강, 젖줄이라는 뜻이다.
***홈(Hom)은 등.
윤재훈(오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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