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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두 아이 24년 양육 유호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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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데 없는 어린 형제 둘을 집에 데리고 와 20여 년간 친자식처럼 키웠습니다. 이런 아이가 당당한 해군이 되어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고 있다니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가을 밤 대구 달서구 송현동 어둑한 길가. 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사내아이 2명이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이미 몸이 흠뻑 젖은 아이들은 비 맞은 참새처럼 가엽기만 했다. 아이들은 얼마나 굶주렸는지 얼굴에 핏기도 없는 채 배만 움켜쥐고 있다. 그때 차를 타고 지나가던 20대 후반 남성이 우연히 이 아이들을 발견했다. 차를 멈춘 남성은 아이들을 집에 데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갈 집이 없었다. 남성은 이런 불쌍한 아이를 어떡하지 생각하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당시 아이들은 10세, 8세의 친형제. 남성은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초'중'고등학교까지 친자식처럼 교육을 시켰다. 이렇게 키운 이들은 지금 34세, 32세의 성년이 되어 둘 다 해군 상사로 근무하고 있다. 부모 없는 아이 형제를 24년간 정성껏 키워 해군 상사로 만든 주인공은 유호건(53) 씨다.

"생활은 어려웠지만 아이들이 빗나가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준 것만 해도 매우 고맙지요. 요즘 아빠가 보고 싶다며 자주 전화 오는 데 정말 행복해요."

당시 방 두 칸에 500만원짜리 전세로 어렵게 살던 그는 이 아이들 연고지를 찾아 데려주려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집을 나가 소식을 끊은 지 오래됐다. 또 수소문 끝에 할아버지를 경산에서 찾았지만 3년 후에 돌아가셨고 신암동에 사는 외할머니도 어렵게 살아 손자를 키울 형편이 못됐다. 그래서 부인과 상의해 이들 아이 형제를 계속 데리고 살았다.

"우리 가족의 보물 1호가 뭔지 아세요? 가족사진입니다. 저의 집에도 가족사진이 걸려 있고 해군 상사 아들 집에도 가족사진이 있어요. 가족사진을 보면 그동안 살아왔던 눈물겨운 삶들이 빗방울처럼 쏟아져요."

그는 친아들도 둘 있다. 유 씨 집 벽에는 가족사진에 부인을 포함한 6명이 행복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는 혼자 차 속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빗나갈까 봐 휴일만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사찰을 찾아 마음을 안정시켜주기도 했다. 그도 어릴 적인 8세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 할머니 아래서 소년기를 보낸 상처 입은 마음도 갖고 있다.

"이번 추석명절에는 큰아들은 근무라서 못 오고 작은아들만 부인과 손주를 데리고 왔어요. 손주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말에 얼마나 행복하던지…"

한편 그는 사회봉사도 열정적이다. 매년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20, 30명에게 틀니를 무료로 유지'보수해주는 봉사도 15년째 하고 있다. 장애인 시설이나 양로원에서 목욕봉사도 5년간 해왔다.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비움아트포럼 회장인 그는 현재 국제장애인문화교류 대구시협회 부회장, 대한민국 건국회 대구경북 청년국장으로 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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