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리 재벌 풀어줘 경제 살리겠다는 장관들

장관들이 나서 비리로 수감된 기업인 사면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경기 활성화를 들먹이며 구속된 기업인의 사면 가능성을 시사하더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인도 사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황 장관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비리 기업인의 선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는 모양새가 한심하다.

현 정부는 그동안 비리 기업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지켜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공약에 힘입은 바 크다.

과거 횡령, 탈세, 배임 등 비리를 저지른 재벌들은 대부분 재판과정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어쩌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되더라도 가석방, 사면 등을 통해 석방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유전무죄, 무전 유죄'라고 비아냥대는 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죗값을 치르지 않고 풀려나는 재벌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따갑다.

기업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정부에 법원이 부응한 것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위안이 됐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 했고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에게도 3년6개월형을 확정, 수감했다. 조세포탈 혐의를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없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기업인 불법 비리에 대한 엄벌 기조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런 때 부총리와 담당 장관이 나서 기업인에 대한 선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상 적절하지 않다. 모처럼 정착되고 있는 기업 비리 엄벌 기조에 찬물을 끼얹어 과거 관행으로 되돌리자는 뜻으로 읽힌다.

과거 비리 기업인들에 대해 수도 없이 관용을 베풀었지만 기업인 비리는 끊이지 않았고, 국가 경제가 나아졌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몇몇 비리 기업인 풀어준다고 해서 국가 경제를 살린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벌 기업인을 풀어주자는 명분으로 내세우기가 부끄럽다. 오히려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비경제사범 이상으로 엄하게 처벌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기업이 바로 서고 나라 경제가 바로 선다. 장관들이 비리 기업인을 풀어줘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장관은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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