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의 적? 공공의 봉? …담배-담뱃값 인상 정책

◇나는 혐연자다! …박순우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

-정부가 이번에 담뱃값을 현재 가격에서 2천원 더 오른 4천5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담뱃값 인상이 우리나라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담뱃값 인상이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식화되어 있는 사실이다. 외국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담뱃값을 10% 올릴 경우 담배소비량이 1.5~9%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4~8% 정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기간에 걸쳐 담뱃값을 인상해 온 외국의 여러 사례를 보면 담뱃값 인상에 반비례하여 흡연율이나 담배소비량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담뱃값 4천500원'은 서민경제에 부담이라는 지적이 많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고려하여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결국 이들이 흡연을 계속하도록 하여 질병과 조기사망에 이르도록 하자는 매우 잔인한 논리이다. 담뱃값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금연을 유도함으로써 건강을 지키게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르다.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되는 각종 세수는 특히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및 자활 기금으로 활용, 이들이 담배를 통해 삶의 시름을 달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 감소 효과를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의 담뱃값을 5천원으로 인상하면 흡연청소년의 반 이상이 금연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만 실제 금연으로 이어져도 담뱃값 인상으로 나타나는 금연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금연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현재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 정부에서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금하지 않는 이유는 흡연자의 저항 외에도 세수로서의 큰 비중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금연을 통해 국민이 건강해짐으로써 불필요한 의료비를 절약하고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궁극적으로 담배 세수를 통한 수입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통해 얻는 이득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정부는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문제는 현재의 담뱃값 인상 추진이 시기적으로 복지 예산이 절실한 상황과 맞아떨어짐으로써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연 단체나 학계에서는 이번의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순수하게 금연과 흡연예방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흡연자들은 '자신들의 흡연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다. 금연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요한 점은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 담배에 의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힘을 합쳐 담배를 몰아내는 것이지, 흡연권과 혐연권을 갖고 대결구도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과연 흡연권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흡연권을 통해 가장 좋아할 집단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흔히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놓고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집단이 바로 담배회사이다. 흡연을 통해 궁극적으로 가장 이득을 얻는 집단은 다름 아닌 담배회사이다. 금연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한 담배회사의 상술에 농락당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나는 흡연자다!…김창규(흡연단체 'I love smoking' 회원)

-정부가 이번에 담뱃값을 현재 가격에서 2천원 더 오른 4천5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담뱃값 인상이 우리나라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 본다. 정부와 금연단체들이 대부분 담뱃값을 올리면 비싼 가격 때문에 흡연율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담뱃값을 인상한 뒤 잠깐의 기간에 담배소비량이 줄어들 뿐이다. 이를 흡연율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담뱃값이 오른다'라고 했을 때 흡연자들이 미리 담배를 사놓기 때문이다. 결국 미리 사 놓은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그때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담배를 사서 피운다. 오히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외국산 저질담배가 횡행하거나 불법으로 유통되는 면세담배로 인한 담배 유통구조가 무질서해질까 걱정된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금연을 유도해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주 잠깐'일 뿐이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흡연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담배는 기호식품이다. 게다가 흡연자들에게 '담배'의 의미는 '휴식'의 의미가 있다. 한 예로 막노동판에서 잠시 휴식을 해야 할 때 "담배 한 대만 피고 합시다"라는 말은 고용자로부터 휴식시간을 이끌어내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저소득층의 경우 삶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도구가 그리 많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그나마 인생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도구라고는 기껏해야 술, 담배밖에 남지 않는다. 술로 인한 피해도 담배 못지않은데 주류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 왜 담배 가격만 올리려고 하는가? 한마디로 담뱃값 인상은 '서민경제 안정'이란 대통령의 공약에 수류탄을 던진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흡연자 입장에서 현재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정부가 펼치고 있는 금연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흡연자의 목소리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다른 나라의 경우 실외가 금연구역이라 하더라도 흡연을 위한 작은 공간 한두 곳쯤은 마련해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없다. 또 보건소에서 금연교실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직접 찾아가 금연치료를 받을 만큼 한가한 생활인은 그리 많지 않다. 탁상행정식, 흡연자를 죄인 취급하는 식의 금연정책은 흡연자들의 자발적인 금연을 유도할 수 없다.

또 정부는 예전부터 담배 가격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금연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실상을 살펴보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중 불과 1.1%만이 금연정책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금연정책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이며, 지금의 금연정책도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게 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담배로 걷은 세금을 대체 어디다 썼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흡연자들이 흡연권 보장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담배는 일종의 기호식품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것을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서 담배는 소통의 도구로도 쓰인다. 또 지금의 50대 이상 남성들에게 '담배'만큼 저렴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도구가 없다. 만약 담배조차 없었다면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은 스트레스에 고통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점점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이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금연정책도 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담배 피우는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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