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990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수구 경기에서 핵심 포지션은 골키퍼와 센터포워드이다. 뛰어난 골키퍼는 선수 두 명의 몫까지 해낸다고 할 만큼 막중한 자리이다. 센터포워드는 '물속의 격투기'라고도 불리는 수구에서도 몸싸움이 가장 치열한 위치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에서는 포항 출신의 '용감한 형제'가 이들 포지션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포항해양과학고'한국체대를 졸업하고 현재 경북도체육회 소속인 송근호(29)'원호(26) 형제다. 송근호는 2006년 도하 대회부터, 송원호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들 형제는 키 190cm가 넘는 좋은 체격을 갖췄다. 그러나 고교 진학 전까지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특히 송원호는 물을 무서워할 정도로 수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원호는 "형이 수구 대회에서 활약하는 걸 보고 수영부터 배웠다"며 "형제가 함께 선수촌에 있으니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송근호가 맡은 골키퍼는 다른 종목의 문지기에 비해서도 훨씬 고달프다. 각 8분간 4피리어드인 경기 내내 바닥에 발을 딛거나 골대에 의지하지 않은 채 물에 떠 있어야 한다. 또 초속 20m 안팎에 이르는 강슛을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속공의 출발점인 만큼 경기 내내 집중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감도 크다. 송근호는 "축구공과 크기'무게가 비슷한 수구 공은 표면이 딱딱한데다 까칠하기까지 해 얼굴에 맞으면 정말 아프다"면서도 "실점 위기를 선방해내는 순간은 골키퍼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이들을 고교 때부터 지도한 박인호 경북도체육회 수구팀 감독은 "근호는 성실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스타일이라 골키퍼로서 제격이고, 원호는 내성적이지만 맡은 일을 묵묵히 잘 해내는 성격이라 힘든 센터 자리에 어울린다"고 귀띔했다. 또 "체력 관리만 잘한다면 마흔까지도 국가대표로 뛸 만한 팀의 대들보"라며 제자들을 칭찬했다.
남자 수구 대표팀은 29일 쿠웨이트를 11대9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지난 27일 예선 홍콩전에서 3골을 넣은 경북도체육회 소속 정주화(29)가 이날도 3골을 성공시키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30일 오후 7시 결승 길목에서 넘어서야 할 상대는 4년 전 준결승에서도 만나 석패했던 일본이다. 송근호'원호 형제는 "4년 전 광저우에서는 일본에 패해 노메달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팬들의 성원을 당부했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