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 군대는 많이 아프다. 거기에 더해 슬프고 외롭다는 말이 추가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남자답게 국가를 위해 일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필자는 당당히 병역을 수행했던 3년이라는 시간이라고 답하고 싶다. 3년 동안 나의 청춘과 함께 했던 대한민국 군대가 아프다니, 사뭇 마음이 씁쓸해진다.
군대 얘기가 나오면 '아덴만의 영웅'과 같은 멋진 승전보만을 항상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는 군대의 용맹스러움과는 무관한, 군부대 내 총기사고 및 구타, 자살 등의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비보(悲報)가 많았다.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가족들의 슬픔에 가슴이 터질 듯 먹먹하고, 연일 고개 숙여 사죄하는 관계자들의 모습 또한 쉽게 잊히지 않는다.
최근의 군 관련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 군과 병무 당국은 많은 비판과 질타를 받고 있다. 우연처럼 반복되는 각종 사고에 충분히 그럴 만하다. 더불어 거듭된 부정적 비판으로 항상 활기차고 용감한 기운으로 가득 차야 할, 우리나라 군이 너무 위축되지 않나 걱정이 뒤따른다. 이에 필자는 언론과 국민의 걱정과 비판 또한 애정의 표현인 만큼, 사랑의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더더욱 분발해주기를 기대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싶다.
정신과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수천, 수만 명의 신병(가입소자 포함)과 병사들을 만났다. 키, 외모가 다른 것은 기본이며, 그들이 성장한 가정환경, 성격, 학력 수준 하물며 최근의 걱정거리조차 아주 다양했다. 실수로 잘못 입대한 거 같다면서 집에 보내달라는 훈련소 가입소자에서부터 조교가 무서워 훈련을 못 받겠다는 신병, 그리고 군 생활과는 무관하지만 별거 중인 부모님의 불화가 여전히 걱정이라는 병사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고민을 들었다. 물론 어떻게 연락이 되어 그들의 가족, 부모도 만난 적이 있는데, 왜 우리 아들이 정신과 군의관을 만나야 되느냐면서 오히려 따지고 화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답답하고 힘든 환경이지만 끈끈한 전우애로 열심히 군 생활하는 건강한 병사들과 그들을 변함없이 격려, 지지하는 가족들이 훨씬 더 많았음은 분명했다.
최근 국방부 주관으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개최하고 평일 병사들 면회를 허용하는 등,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감지된다. 병무청에서도 임상심리사를 확충하고 현재 사용 중인 심리검사 도구의 개선과 새로운 자체 종합심리검사 도입을 계획 중이라 한다. 필자가 최초 신체검사를 받던 시절에 받았던 '인성검사'도 여러 기관, 단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심리검사'로 전환되고 검사 도구 또한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민간병원과의 협력을 통한 위탁검사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소개되고 있고 현역 군인과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한 '복무부적합제도' 또한 적절하게 적용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의 노력들이 국민들의 우려를 완벽히 불식시킬 수는 없겠지만, 각골명심(刻骨銘心) 자세로 쉼 없이 정진하기를 부탁한다.
지금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은 맹목적인 질타와 부정적인 오해가 아닌, 간절한 소망과 믿음에 근거한 이해와 격려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반복되는 사건, 사고로 인한 실망의 목소리만 낼 것이 아니라, 정예 강군 육성과 투명하고 정확한 병무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의 함성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부합하는 강도 높은 자정 노력과 개 선의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인 합의(合意)가 요구된다.
개성과 경쟁,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다양성의 사회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60여 년의 분단, 휴전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대한민국 군(軍)과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아파서도, 슬프고 외로워서도 안 된다.
구자섭/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사회복무요원 복무부적합자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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