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자 알리' 메리 콤·발가락 6개 고통 육상 선수…

다양한 사연 가진 이색 선수들

아시아 45개 국가에서 1만3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색선수들이 출전했다.

인도 여자 복싱 플라이급 대표로 출전해 1일 금메달을 획득한 메리 콤(31)은 자국에서 '여자 알리'로 통한다. 여성 인권이 취약한 인도에서 여자 복서의 삶은 가시밭길이었다. 콤은 2000년 인도 주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지역신문에 자신의 얼굴이 실릴 때까지 복싱한다는 사실을 숨겼다. 부모의 극렬한 반대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싸워야 했지만 끝까지 글러브를 벗지 않았고, 지금은 인도 여성들의 희망이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현재 그녀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있을 정도다.

육상 여자 7종경기에서 인도 대표로 출전한 스와프나 바르만(18)은 발가락이 12개다. 인도에서 '다지증'은 행운의 상징이지만 운동선수에겐 큰 고통이다. 한 발에 6개 발가락이 있는 탓에 일반 신발을 신으면 발가락이 아파 제대로 달리거나 뛰기 어렵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탓에 자신의 발가락에 맞춘 신발을 마련할 형편이 안 돼 투포환과 800m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경기는 조악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광저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이번에는 5위에 머물렀다.

트라이애슬론 쿠웨이트 대표인 나즈라 알제르위(26)는 종교적 신념과 스포츠 정신을 잃지 않아 큰 박수를 받았다. 이슬람 국가 출신인 알제르위는 지난달 25일 경기에서 검은 천의 헤자브로 머리를 꽁꽁 싸맨 채 달렸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1.5km)'사이클(40km)'마라톤(10km)을 합쳐 총 51.5km를 뛰어야 하는 종목이다. 첫 종목 수영에서만 헤자브 대신 수영모를 썼고, 수영을 마친 뒤에는 헤자브를 다시 쓰고 그 위에 사이클 안전모를 쓴 뒤 자전거에 올라탔다. 다른 선수들은 30초 내외로 복장을 갈아입었지만 알제르위는 1분34초를 소모한 그는 결승전에서 꼴찌인 15위를 차지했다.

승마 태국 대표로 출전한 시리와나리 나리랏(27)은 공주 신분이다. 푸미폰 아둔야뎃(87) 국왕의 손녀인 나리랏 공주는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배드민턴 대표로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종목을 바꿔 승마 대표로 나섰다. 지난달 20일 마장마술 개인전에 자신의 애마 '프린스 차밍'과 호흡을 맞춘 나리랏은 31위를 차지, 간신히 꼴찌(32위)를 면했다. 하지만 그는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여러 방면에서 재주를 자랑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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