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 조창훈(28) 씨는 입사 시험을 치르려고 지난달 26일 오전 11시쯤 서울행 KTX 좌석표(9월 27일용)를 알아봤지만 표를 구할 수 없었다. 조 씨는 어쩔 수 없이 일정을 하루 앞당겨 서울행 무궁화호 입석을 예매했다. 조 씨는 "예전에도 서울행 주말 기차편을 구하려면 예매를 해야 했지만 요즘 들어 예매가 더 어려워졌다. 앞으로 예매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속속 입주하면서 주말에 서울행 KTX 표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나 홀로' 이주 직원들이 주말에 한꺼번에 귀경하면서 KTX 표를 구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대구혁신도시는 2012년 12월 중앙신체검사소를 시작으로 이달 1일 한국가스공사가 둥지를 트는 등 지금까지 입주 예정 12개 기관 중 6개 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하지만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 대부분이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 이주해 근무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김희국 의원(새누리당'대구 중남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 비율은 평균 25.3%에 불과했다.
대구혁신도시의 경우 이주 직원 717명 중 가족 동반 이주율이 24.4%로 전국 평균보다 0.9%포인트 낮았다. 더욱이 앞으로 가족 동반 이주 의사를 보인 직원들도 3%에 그쳤다. 이 통계에는 대구 이주 기관 중 직원 수가 가장 많은 한국가스공사(근무자 820여 명)가 포함되지 않았다.
혁신도시 이전 기관 직원들로 인해 올해 주말 철도교통 이용객 수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한 직원은 "개천절 연휴가 혁신도시로 이주 후 처음 맞는 주말이었는데 2일 퇴근 후와 3일 오전에 직원 대부분이 대구를 떠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실제로 3일 하루 동안 3만6천237명이 동대구역에서 상행선 KTX에 올랐고, 5일 동대구역에 내린 하행선 KTX 이용객은 3만6천255명이었다. 지난해 10월 첫 주 금요일 상행선 승차객이 2만7천646명, 일요일 하행선 하차객이 2만7천594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부쩍 늘어났다. 또 한국철도공사 대구본부 여객팀에 따르면 올해 동대구역 하루평균 이용객 수는 5만4천99명으로 지난해(4만8천194명)보다 많이 늘었다.
한동화 한국철도공사 대구본부 여객팀장은 "동대구역 이용객 수가 늘어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혁신도시 입주 기관 직원 이주도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혁신도시 이전이 완료되면 주말 열차표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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