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포장이세요?' '문의하신 상품은 품절이십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고객을 응대할 때 상품에까지 존대를 하는 언어가 유통업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9일 국립국어원 '표준 언어 예절'에 따르면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포장이세요?' '상품은 품절이십니다' 등은 손님이 아닌 사물을 존대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동사나 형용사에 붙는 선어말어미 '-시-' 는 주로 사람을 높일 때 쓰인다. '사이즈' '포장' '품절'은 '사이즈가 없습니다' '포장해 드릴까요?' '품절입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신체, 심리, 소유물 등을 통해 주어를 간접적으로 높일 때는 '-시-'를 써 존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눈이 크시다' '걱정이 많으시다' '넥타이가 멋있으시다' 등의 표현은 이 같은 '간접 존대'에 해당한다.
잘못된 존칭은 유통가에서 흔하다. '가격은 4만5천원이십니다' '주소가 어떻게 되십니까?' '고장이 나시면 환불해 드립니다' 등 고객과 대화할 때 쓰는 대부분 단어에 존칭을 붙인다.
왜 이런 잘못된 표현이 난무하게 됐을까. 고객을 높이고 존중해야 하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고객을 넘어 사물에까지 무심코 과도한 존칭을 쓰는 습관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물 존대를 하지 않으면 불쾌해하는 고객도 가끔 있어 잘못된 표현임을 알아도 고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해 업계는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고, 올바른 언어로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 서비스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면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자동주문전화에 꼭 필요한 안내 멘트만 제공하고 과도한 존칭, 불필요한 설명, 서술어 등을 대폭 줄인 '스피드 ARS'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한글날을 맞아 10월 한 달간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말 바로 쓰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의해야 할 높임말 사용법을 직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4컷 만화로 제작해 사내 통신망에 올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사물 존칭이 어법에 어긋난 표현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현장에서 바쁘다 보니 무심코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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