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속도로 터널 부실공사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각종 차량들이 평균 시속 100㎞ 안팎으로 주행하는 도로이다. 더구나 터널 안으로 진입하면 운전자들은 어둡고 밀폐된 곳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더 달리는 습성이 있다. 터널 안은 그만큼 작은 돌발상황도 대형사고로 어어질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국의 고속도로 터널 121개 중 60%가 넘는 78곳을 부실하게 뚫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붕괴 예방을 위한 락볼트를 제대로 쓰지 않고 시공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락볼트(Rock Bolt)란 3~5m의 철근 나사로, 터널을 굴착하면서 암반에 삽입해 터널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자재이다. 한데 터널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이 핵심 자재를 설계 수량보다 훨씬 적게 넣어 시공하고 공사대금을 과다 청구한 12개 건설사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모 건설회사 현장소장이 구간에 사용할 락볼트를 설계 수량의 절반 이상이나 넣지 않고 시공한 뒤 16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빼돌린 게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에는 굴지의 대기업도 포함되어 있으며, 락볼트의 수량을 당초 설계보다 최대 70%나 적게 시공한 공구도 3곳이나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 락볼트 부실 시공은 터널 내 균열 발생이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음은 불문가지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의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는 고속도로 터널 98곳에 피난연결통로 및 방재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연기 역류를 막는 제트팬 성능이 떨어져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으로 불안해서 고속도로 터널 안으로 차량 주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다.

이번 검찰 수사나 국정감사를 보면 아직도 건설현장에는 시공사나 하도급업체 가릴 것 없이 부실시공이 만연한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후폭풍으로 온 나라가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안전 불감증이나 부실시공 관행은 여전하다. 차제에 도로공사 직원과 현장 감리의 부정 개입 여부도 가려내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 부정, 불법행위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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