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무도 모르는 10월8일 '대구 시민의 날'

상징성 있는 2.28로 바꾸자

10월 8일은 대구시민의 날이다. 하지만 정작 대구시민들은 잘 모른다. 한글날 전날 정도로나 알까? 올해 10월 8일도 그랬다. 기념식이 열린 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 동원된 사람들이 행사장을 채웠다. 지난 30여 년 그래 왔던 것처럼.

대구시민의 날이 10월 8일로 정해진 것은 1982년의 일이다. 그전 해 7월 1일 '경상북도 대구시'는 '대구직할시'가 됐다.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100일 기념일이다. 10월 8일은 그렇게 정해졌다. 날을 정하자 의미를 덧씌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100의 의미를 부족함이 없는 수(백일상, 백발백중 등), 하늘이 내린 인간의 수명 백세, 천지 질서의 기틀을 나타내는 수(100일 기도) 등에서 찾아냈다. 거기에다 '10월'의 의미를 1년 12달 중의 으뜸인 상달로 기념했다는 고사를 인용했다. 8에도 재물 또는 무한대를 의미하는 '행운의 수', 주역에서 우주의 중심을 의미하는 수, 대구가 팔공산'팔달로 등에서처럼 8과 인연이 깊다는 점 등 그럴듯한 해석도 덧붙였다.

문제는 그런 좋은 뜻과 길(吉)한 기운을 불어넣는다고 없던 역사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이런 식이라면 무병장수를 빈다고 새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X수한무두루미와거북이삼천갑자동방삭…'이라고 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무의식 무개념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시민들은 모르고 시청 공무원들 몇몇만 아는 날로 30년을 넘게 지내왔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초는 권위주의가 절정을 이루던 시절이었다. 시민사회, 학생운동 등에는 노이로제 비슷한 반응을 보이던 정권이었다. 그래서 대구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국채보상운동이나 2'28학생의거 등 자랑거리를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더 그랬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대구시민의 날을 공무원들만 모여서 기념식하고 상장 몇 장 돌리는 없느니만 못한 날로 만들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대구판 역사 바로 세우기다.

그래서 대구시민의 날을 2월 28일로 정하자는 제안을 해본다. 4'19 민주혁명의 출발점이 된 2'28 학생의거는 보수도시로 불리는 대구의 이미지를 일거에 뒤바꾸고 덩달아 자기비하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긍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자라나는 2세들에게도 자랑거리로 가르칠 만한 대한민국 역사의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런 날을 시민의 날로 정하지 않고 어떤 다른 날을 택할 수 있나? 나라든 도시든 기념일로 정하는 데는 그럴듯한 유래와 스토리를 다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2'28은 더 이상 좋은 예를 찾을 수 없는 기념일이다.

한 가지 더. 두류공원 한 편으로 '쫓겨난' 2'28 학생의거 기념탑도 대구시내 한복판에 있는 2'28공원으로 옮겨놓고 기념식도 거기서 가짐으로써 대구의 자랑거리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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