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브런치(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사이먼 정 지음/부키 펴냄
많은 사람들이 철학 읽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주저한다.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질 것 같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대신 쪼개고 덧붙이고 해체하면서 학문화시켰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선입견을 깨며 브런치라는 제목처럼 가볍지만 풍성한 철학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철학, 역사, 문학 등 광범한 독서를 통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해 온 저자가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철학을 읽고 음미하는 길로 안내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부터 하이데거까지 16명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그들이 쓴 고전(48권)의 흥미진진한 내용을 곁들여 철학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철학 그 자체와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원전에 대한 현학적 해석은 최대한 배제한 채 '철학 이야기'라는 큰 물줄기 속에서 원전을 있는 그대로 음미하게 해 준다. 특히 원전의 행간에서 무얼 느끼고 받아들일지는 개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열린 해석'의 가능성에서 철학 읽기의 즐거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정형화된 해석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느끼고 이해한 바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를 통해 독자들 역시 고전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중간 중간 삽입하는 개념이나 용어 설명, 나름의 해석 등은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원전 읽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원전의 주요 대목들만 인용하며 논의를 이끌어 가다 보면 자칫 분절적인 내용이 되기 쉬운데, 저자의 적절한 장치들 덕분에 독자들은 막힘없이 고전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544쪽, 1만8천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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