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류 지성들의 인문학! 대체 본질이 뭔데?

마광수
마광수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마광수 지음/책 읽는 귀족 펴냄

니체는 20대 이후 평생 매독에 시달렸다. 니체뿐만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 빈센트 반 고흐, 모파상, 보들레르, 슈베르트 등 유럽의 수많은 사상가와 예술가들도 그랬다.(중략)

매독균은 잠재기를 거쳐 뇌 속으로 옮아가는데, 그런 상태의 매독을 '뇌 매독'이라고 부른다. 뇌 매독의 괴이한 증상은 그 병에 걸린 사람의 두뇌를 비상한 영감과 직관력을 가진 천재로 만든다는 점이다. 니체가 폭포수를 쏟아내듯 다양한 내용의 아포리즘을 쏟아낸 것과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남겨놓을 수 있었던 것은 뇌 매독 때문이었다. -131∼133쪽- 요약.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문학에 망치를 댄다. 정해진 틀에 따라 해석하고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접근 방식으로 동서양의 사상가와 문학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다. 본질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듯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대체 본질이 뭔데?'라고 묻고 있는 셈이다.

공자 편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은 허황된 공리공론으로만 일관하는 주자학(성리학)의 모태 역할을 해주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조선왕조는 오직 주자학 일변도의 편협한 이데올로기만 떠받들었기 때문에 속절없이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공자는 평생 주유천하 하면서 현실정치가가 되길 원했다. 그가 제자들을 가르친 것은 차선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는 진정한 학자라고 볼 수 없다. 요즘 말로 하면 정치교수쯤 될 것이다'고 쏘아붙인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비판을 위해 삐딱하게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공자는 죽음 이후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회피했는데, 삶을 아직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랴고 제자들에게 답하며 어설픈 형이상학을 거부했다'고 칭찬한다.

톨스토이의 고고하고도 불행했던 삶에 대해서도 '파괴의 망치'를 든다.

'지금까지 그가 불행한 가정생활을 하게 된 것이 오직 부인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톨스토이의 성자적 생활태도에 비해 (아내) 소피아의 생활태도는 지극히 속되고 사치스러웠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그것을 꾹꾹 참고 견디다가 죽기 직전 부인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해 객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의 원인은 오히려 톨스토이 쪽에 있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지독한 금욕주의자이면서 실제로는 지독한 색정광이었다. 그는 진정한 사랑이란 정신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악마처럼 여겼고, 여성을 성욕을 도발하는 원흉으로 몰아붙여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는 아내를 16번 임신시키고, 13명의 자녀를 낳았으며, 집안의 많은 하녀들과도 몰래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금욕주의자이고 싶었으니 아내와 불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널리 알려진 사상가들, 즉 공자, 장자, 주자, 양주, 순자, 에피쿠로스, 데카르트, 니체, 프로이트, 플라톤, 루소, 예수, 석가, 보카치오, 사드, 빅토르 위고, 손문 등을 새롭게 조명한다.

239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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