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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역설(逆說)·33-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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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설(逆說)·33-명함 -이무식(1944~ )

사람마다 더욱 귀한

벼슬들이 도열(堵列)하여

어차피 못난 이름

주눅 들게 하고 있다

먼 먼 길

허우적거려도

돌아오면 거긴데

-시조집 『띄우지 못한 편지』, 고요아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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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은 논리학 용어이기도 하지만 문학의 표현 양식으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치에 맞지 않은 표현이지만 한걸음 들어가 보면 그 속에 진실이 보인다. 가령,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살려고 하는 자는 죽고 죽으려 하는 자는 산다, 있는 것이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色卽是空 空卽是色), 원수를 사랑하라 등이 역설적 표현들이다.

만해의 시 「님의 침묵」의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도 역설이다. 님은 이미 떠나버렸는데 님을 보내지 아니했다니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님과 이별했으나 님이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으니 보내지 아니했다는 뜻이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받으면 대개 명함에 적힌 직함이 화려하다. 명함에 적힌 직함이 여러 줄이고 화려할수록 실제는 대개 보잘것없는 사람이기 일쑤다. 역으로 명함이 간략할수록 실제 우러러볼 만한 사람이 많다. 이무식 시인의 이 시는 현대인이 자기를 알리기 위한 명함이 역설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역설을 통해 현대인의 허위의식을 풍자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 짓기도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 귀한 아이일수록 아명을 천하게 짓는다. 돼지, 개똥이 등이 그러하다. 좌익이란 죄명으로 옥고를 치른 전우익 선생은 이름이 우익이다. 이무식은 유식한 시인이지만 이름이 무식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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