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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주유소, 미운 오리새끼됐나

대구 지역 주유소가
대구 지역 주유소가 '알뜰주유소'와 '비알뜰주유소' 간의 출혈경쟁이 커지면서 서로에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매일신문 DB

'알뜰주유소는 미운 오리새끼(?)'

대구 지역의 주유소들이 과도한 가격할인 경쟁에 따른 출혈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알뜰주유소의 가격할인을 따라가지 못한 인근 주유소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대형정유사가 노골적으로 '알뜰주유소 죽이기'를 한다는 항변을 하고 있다.

◆폐업 주유소 속출

최근 지역 주유소 업계는 울상이다. 한때 2천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1천70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회원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인건비와 고정지출 등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문을 닫는 곳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2월 알뜰주유소가 지역에 들어선 뒤부터 일반주유소와의 가격경쟁으로 문을 닫는 곳이 더 많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지역 주유소는 2011년까지 연평균 6.6개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2012년 11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으며 지난해에는 19개나 폐업하는 등 알뜰주유소 등장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뛰었다는 것.

한 관계자는 "바로 옆 주유소와 가격경쟁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인근 알뜰주유소가 30원씩 가격을 싸게 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주유소 업계 사이에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다. 2012년 들어선 알뜰주유소는 기름값의 폭등으로 인해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목표로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알뜰주유소가 공동구매를 통해 최대 130원 저렴한 주유소라고 홍보한 바 있다. 소비자가 싼값에 기름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두고 일반주유소 업계는 불만을 제기할 수 없지만 몇몇 알뜰주유소가 가짜석유를 판매한 것이 적발되자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으면서도 불법 및 불공정 거래를 자행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한 일반 주유소 운영자는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면서 가격도 싸다고 홍보하고 있는 알뜰주유소가 버젓이 '가짜'를 판다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울한 알뜰주유소

이에 대해 지역의 알뜰주유소 측은 "가짜석유라고 하지만 공급받는 과정에서의 오류인지 고의적으로 가짜석유를 판매한 것인지 드러나지 않았다. 또 일반 주유소가 파는 가짜석유 비율에 비하면 알뜰주유소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한 사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알뜰주유소는 정유사가 일부러 알뜰주유소 주변의 기름값을 할인해 '알뜰주유소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가 확산되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일부러 알뜰주유소 인근 업체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것.

실제 대구 서구의 한 알뜰주유소의 12일 휘발유 가격은 1천698원이었으며 바로 옆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 가격은 1천708원으로 10원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1km 떨어진 곳의 알뜰주유소가 없는 일반 주유소의 가격은 1천730~1천750원정도였다. 심지어 북구 팔달교 인근 주유소는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차이가 10원 이내였다.

한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신용카드 등의 혜택을 따졌을 때 최소 30원 이상 차이가 나야 알뜰주유소가 경쟁력을 가지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알뜰주유소 옆 가게들만 가격을 낮추면 우리도 힘들다"며 "정유사에서 지원하면서 알뜰주유소를 죽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최광수 씨는 "알뜰주유소는 기름가격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 성공적인 정책이다"며 "그런데도 일반주유소와 정유사는 우리를 곱지 않게 본다. 서로가 헐뜯기와 출혈경쟁을 하는 것이 결국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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