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15일 홈 경기에는 1만 명 만원에 9천 명의 팬들이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 평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많은 숫자였다. 덕분에 주변 음식점들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암표상들도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직관'(직접 관람한다는 뜻의 은어) 온 팬들의 눈은 정확했다. 이날 삼성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 축포를 안방에서 쏘는 감격을 만끽했다. 9회초 마지막 타자, LG 손주인의 타구를 유격수 김상수가 잡아내자 대구시민야구장은 '최강 삼성'을 연호하는 들뜬 목소리가 쉼 없이 메아리쳤다.
떼놓은 당상인 듯하던 정규시즌 우승이 어느 순간 불투명해지면서 팬들의 우승 염원은 더 간절했다. 4회말 이승엽이 2루 베이스를 타고 흐르는 땅볼을 때리고 전력 질주해 세이프 판정을 받자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바로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삼성이 4대3으로 앞선 뒤 LG가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내보낼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물론 유광점퍼를 입은 채 1루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LG 응원단도 열심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즌 종료 직전에서야 우승 매직넘버를 모두 지운 올 시즌처럼 이날 경기도 끝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삼성은 3회말 2사 1'3루에서 박한이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데 이어 채태인의 2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가을잔치' 티켓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 LG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6회초 박용택의 직선타구를 나바로가 실책으로 놓치면서 1사 2'3루 찬스를 잡은 LG는 이병규(등번호 7번)의 땅볼로 1점을 따라붙은 뒤 7회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 포수 이지영의 1루 악송구, 안지만의 폭투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의 해결사는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던 나바로였다. 8회말 LG 유원상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월 장외 홈런을 터뜨린 나바로는 타석에서 만세를 불렀다. 팬들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재현이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올려 쐐기를 박았다.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시즌 13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7회 무사 2루에서 구원등판한 '아시안게임의 영웅' 안지만이 승리투수가 됐고, 9회 2사 후 등판한 임창용이 시즌 31세이브째를 수확했다.
한편 넥센은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7대6으로 물리쳤다. 서건창은 시즌 199안타를 기록, 시즌 최종일인 17일 SK전에서 200안타에 도전하게 됐다. LG와 4강 경합 중인 SK는 잠실에서 두산에게 3대6으로 패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SK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한 뒤 LG가 17일 롯데에 패해야 4위에 오를 수 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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