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약점수 이상과열…'서울통장'에 밀린 '대구통장'

테크노폴리스·세천지구 등 공급 물량 몰리면서 고전 초기 계약률 70∼80%

'대구 부동산 시장이 지쳤나?'

대구 아파트 분양 열기가 다소 식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신규 아파트 청약점수는 치솟고 있는데도 미분양이 늘고 있고, 최근까지만 해도 분양불패를 이어왔던 곳의 분양 온도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구나 인근 위성도시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는 어딜 가나 떴다방이 판을 쳤지만 이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청약당첨 고시보다 어려워

떴다방은 아파트 분양 열기를 상승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만 난립하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

지난달 26일 분양한 경산 중산지구 펜타힐즈 더샵 아파트(전용 85㎡)의 평균 청약가점은 62.63점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청약가점 최고점은 76점까지 치솟았다. 최저점은 59점이었다. 지난해 분양한 대구 북구 칠성동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도 전용 85㎡ 기준 평균 점수가 60.42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대구 신규 분양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청약가점이 60점을 넘었다. 2013년 당첨자 청약가점 최저점이 가장 높았던 단지가 54점이었고 대부분 단지가 50점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가점은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인기 아파트 단지의 경우라도 청약가점 최저점이 50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자본력을 가진 외지의 '떴다방'이 서울, 수도권의 높은 청약가점 통장을 대거 동원하는 등 신규 분양단지마다 청약폭탄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수요자들만으로는 서울, 수도권 등에서 점수가 높은 청약통장을 사오지 않는 이상 60점을 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4인 가구 기준으로 청약가점이 60점을 넘기 위해서는 청약 통장 보유기간 만 10년, 무주택 기간 만 13년이 지나야 한다. 만약 청약통장 보유기간이 짧다면 무주택 기간은 훨씬 더 길어야 한다. 법무부 주택임대차위원회 정순윤 위원은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는 청약 가점이 평균 60점은 넘어야 해 지역민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며 향후 있을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국감정원 변성렬 실장은 "2005년까지 지역 부동산 시장은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갑자기 공급과잉과 더불어 투기성 자본들이 이탈하면서 2006년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3년 연속 고전했다"며 "지역 경제에 건설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의 완급조절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특정 개발지구 공급과잉 주의보

대구는 혁신도시, 테크노폴리스, 세천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나 정부정책상 개발되는 테마지구가 분양 시장을 주도했다. 테크노폴리스, 세천지구 등지의 초기 분양단지는 성공 분양을 계속했다.

하지만 공급물량이 몰리면서 일부 단지는 초기 계약률이 70~80%대에 머무는 등 시장이 서서히 식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청약도 1순위 마감에서 최근에는 3순위까지 내려갔다. 앞서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비슷한 지역에서 분양했던 한라비발디와 북죽곡 엠코타운의 경우 각각 청약경쟁률이 5대 1, 13대 1을 보이며 1순위 마감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들 지구는 아파트 신규 분양이 집중되지만 초기 분양 단지들을 빼면 갈수록 분양에 고전하고 있다. 테크노폴리스, 세천지구, 서재지구 모두가 그랬다. 초기 100% 분양 행진과는 달리 지금은 미분양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얼마 전 분양한 경산 펜타힐즈 더샵(1천696가구)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는 이달 1일 1순위 청약 결과 전 유형이 1순위로 마감했으며 웃돈이 수천만원씩 붙었다. 이 같은 분양 열기는 2011년 12월 분양한 펜타힐즈 서한 이다음의 후광 효과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786가구 규모의 중소형 단지로 분양한 이 단지는 평균분양가(85㎡ 기준)가 2억4천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웃돈이 7천만원까지 올랐다. 펜타힐즈 더샵은 85㎡를 2억8천만원에 분양했다. 이 단지는 적어도 서한 이다음 아파트 호가에서 분양가를 뺀 만큼 웃돈이 형성된다.

하지만 펜타힐즈에는 2018년까지 6천900여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어 이 같은 분양 열기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분양가는 올라가고 향후 다른 개발지구처럼 미분양이 양산될 수 있어 웃돈을 주고 산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같은 지구에 아파트 공급물량이 몰리면 후반 분양단지는 으레 분양 성적이 저조하기 마련이다. 공급 과밀 지역에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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