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돈도 없이 빚내서 무상보육하라는 정부

만 3~5세 어린이들을 위한 누리 과정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들이 최근 내년 누리 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어제 정부가 '하기 싫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도 교육감들은 단호하다.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누리 과정 예산이 빠지게 된다면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라며 예산 편성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어린이 무상 보육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이 핑퐁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누리 과정을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재원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을 늘릴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육청 지출 중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고 구조 조정을 하든지 지방채를 발행해서 하든지 교육청이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무상급식 등 정치권발 선심성 정책으로 교육 재정은 바닥난 상태다. 매년 2~3조씩 증가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년에는 세수 감소로 올해보다 1조 4천억 원이 줄어들게 됐다. 교부금은 줄어들게 되는데 무상 복지 지출은 늘게 돼 교육청으로서는 방도가 없다. 인건비 등 경상비와 시설비를 제외한 교육사업비 가운데 대부분을 복지비가 차지하게 된다. 정부 지원이 없거나 빚을 내지 않으면 학력 신장이나 노후 시설 개선 등에 쓸 예산이 바닥나게 된다.

교육청이 누리 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처음부터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추계를 잘못한 탓일 수 있고, 포퓰리즘에 빠져 예산 예상치를 축소한 탓일 수도 있다.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정책을 시행한 자체가 문제다. 정부는 이제라도 원점에서 교육 재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소득 격차를 인정하지 않고 이뤄지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의 함정은 결국 재정 파탄을 부를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를 하더라도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도 복지 확대 요구는 드셀 것이고 정부와 정치권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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