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시의회 '호화판 유럽 연수'

일부 의원들 총 8천만원짜리 관광성 외유 계획

포항시의회가 유럽으로 해외 연수를 떠나기로 했다. 예산으로 잡힌 비용만 8천만원에 이른다. 불황 탓에 갈수록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해도 너무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와 도시건설위원회는 정례회 직후인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8박 10일간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3국을 둘러보는 해외연수를 떠난다. 14명의 시의원이 공무원 6명을 대동하고 1인당 400만원씩 총 8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인 해외연수다.

일정 대부분은 영국 런던 브리게이드 식당 방문과 프랑스 센강 크루즈선 견학, 스페인 광장 견학 등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해외연수가 아니라 해외관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거액이 필요한 유럽으로 가기 위해 매년 책정된 의원 연수 예산에서 2개 상임위(자치행정, 복지환경)가 올해 해외연수를 포기하고 예산을 밀어준데다 수행 공무원도 6명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여행 중 시의원들을 뒷바라지하는 수행원 역할을 해야 한다.

시의원들이 해외연수를 하기에 앞서 '공무국외여행계획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것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출발을 불과 12일 남겨놓은 15일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잘못 짜여졌더라도 이를 제재할 시간도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시의원들이 어려운 지역경기를 외면한 채 시민의 혈세로 그들만의 호화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민의를 저버린 비양심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포항경실련 정휘 집행위원장은 "힘든 시기에 해외연수를 떠나기보다는 대구 동구의회처럼 연수비용을 어려운 시민들을 위한 복지비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상임위는 "해외 선진도시를 견학, 포항시 및 시의회의 정책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연수일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관광성 외유는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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