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올해 7월 25일 AFP통신은 서울에서 찍은 3장의 사진을 전 세계 신문과 방송에 보냈다. AFP통신이 찍은 사진은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휴대전화 또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의 카메라로 '셀카'를 찍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설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관광객들이 서울의 인기 관광지에서 셀카를 찍어(take selfie) SNS에 올리고 있다."
장면 둘. 이달 2일 각종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젊은 무슬림들의 셀카가 수도 없이 올라왔다. 젊은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5대 종교적 규율이자 일생의 가장 성스러운 경험인 '하지'라 불리는 성지순례 과정을 셀카로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메카의 성석 '카흐바'부터 기도하면서 하룻밤을 보내는 아라파트 언덕, 그리고 사탄을 상징하는 기둥에 돌을 던지는 미나 계곡 등이 셀카 장소로 올라왔다. 성지순례 장면이나 메카의 모습을 찍는 것은 금기로 여겨졌지만 성지순례객의 스마트폰을 일일이 검색할 수 없는 현실상 이 금기가 점점 깨지고 있는 순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신학자 셰이크 아심 알하킴은 "성지순례의 진정한 의미는 이를 뽐내거나 남에게 자랑하지 않는 것이며, 셀카나 동영상을 찍는 행위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뜻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시작은 스마트폰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찍는 행위지만 그 끝은 전 세계와의 연결이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와 소형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시작된 '셀카 찍기'라는 행위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행위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달 21~24일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인터넷전문가총회에서는 셀카 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관점으로 토론하는 '셀카 워크숍'이 진행될 정도로 학계에서 셀카는 본격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주 매일신문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놀이 '셀카'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자기 얼굴을 찍는 행위 속에 숨은 의미와 그 행위가 바꿔놓은 삶의 모습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또 셀카를 잘 찍는 방법도 알아보기로 했다. 세계인터넷전문가총회와 셀카워크숍을 진행하는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를 통해 셀카를 비롯한 인터넷 속 이야기도 함께 들어봤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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