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을 뒤따라 빠른 선진화를 이루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그러나 급속도로 높아져 가는 경제성장 수준과는 정반대로 시민의 배려 의식 수준은 점점 더 낮아지는 경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을 예로 한번 살펴보자.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차로 변경이나 신호 대기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 종종 사고를 발생시킨다. 주차 시엔 주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다른 차량이 주차를 못 하게 하거나 접촉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모두 다 배려의 부재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배려란 타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타인을 위해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윤리 의식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치열한 경쟁 의식과 전쟁터 같은 삶만 허락할 뿐, 남을 먼저 생각할 여유 따위는 주지 않는다. 경제는 성장하지만 '남'보다 '나'가 우선인 이기적인 사고가 만연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배려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다.
몇 달 전 젊은 남자 보호자가 노모를 이끌고 진료실로 들어왔다.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하면서 상담 내내 여태껏 방문했던 병원들과 의사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공격적으로 토로했다. 당황한 노모가 자제시키려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순간 불쾌하고 억울한 마음에 화가 났지만, 남자의 마음을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에게 여러 번 천천히 반복하여 노모의 질병에 대해 설명해 주고, 병원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공감을 해 주었다. 그러자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진료실을 떠났고, 이후 몇 번 더 진료실을 방문할 때도 나와 함께 화기애애한 상담을 나누었다. 게다가 노모의 상태도 좋아졌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의사인 내 입장과 기분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환자와 보호자를 먼저 이해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이 그들을 위한 구체적인 배려의 행위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성경을 보면 이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형태의 '배려'를 강조하는 구절이 나온다. '긍휼히 여기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 저들이 긍휼함을 받을 것이오'라는 말씀이다. '긍휼히 여긴다'는 말은 '불쌍하고 가엾게 여긴다'는 뜻인데 이는 남을 먼저 위하는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결코 불가능하다. 성경은 우리가 배려하여 타인을 도울 때 나 역시 그들로부터 배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상생하는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은 버리고 한 번 더 이웃과 주위를 둘러보는 배려의 마음을 가질 때다. 이러한 윤리 의식이 동반될 때, 비로소 이 나라가 속까지 꽉 찬 '선진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과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