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부의 인연

부부가 되는 것을 결발(結髮)이라 한다. 혼인한 날 저녁에 남자는 왼쪽으로 여자는 오른쪽으로 머리를 묶어 부부가 됨을 말하는 예를 갖춘 것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중국 한(漢)의 문신인 소무(蘇武)가 지은 '머리를 묶어 부부가 되니 은혜와 사랑을 서로 의심하지 않았다(結髮爲夫妻, 恩愛兩不疑)'는 시 구절에서 나왔다.

부부 사이에서 애정이 많음을 표현할 때 흔히 쓰는 금슬(琴瑟)은 거문고와 비파, 또는 큰 거문고와 작은 거문고가 어울려 좋은 소리를 내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또 부부가 같이 아무런 탈도 없이 정답게 늙어가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해로(偕老)는 '좋은 안주를 차려놓고 술을 마시며 그대와 함께 늙어가리라'(宜言飮酒 與子偕老) 라는 문장에서 나왔다. 금슬과 해로의 원전은 모두 시경(詩經)이다.

이러한 낱말들은 결혼과 인연의 존엄함과 부부 사이의 사랑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오랫동안 부부가 서로 마땅히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세태가 바뀌면서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연(緣)은 언제라도 끊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법원의 '201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결혼한 지 20년이 넘는 이른바 '황혼 이혼' 건수가 역대 최고라고 한다. 지난해 이혼 사건 수는 11만 5천727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의 이혼 건수가 3만 2천433건으로 전체 28.1%였다. 이러한 황혼 이혼은 2007년 20%대를 넘은 이후 매년 느는 추세다. 이혼사유는 성격 차이(47.2%), 경제 문제(12.7%), 배우자 부정(7.6%), 가족 간 불화(7.0%) 순이었다.

대개 결혼 연령을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본다면 연애 기간이 길다 해도 20~30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아름다운 한 가정을 이루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前生) 500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 모든 부부는 수학적으로 전혀 무의미한 확률을 뚫고 서로 만나 함께 사는 기적을 보이는 증거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은 그저 만들어지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편의 친구들이 모두 뛰어남을 문틈으로 보고 그들과의 교유를 적극적으로 권한 아내의 현명함과 공주의 애정 공세에도 조강지처를 버릴 수 없다고 한 남편의 끝없는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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