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신고(申告) 선수들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인 한 해였다. 사상 첫 200안타 돌파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넥센 서건창,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목에 건 두산 김현수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의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도 이지영'박해민 등 신고선수들의 성장이 뒷받침됐다.
◆저비용 고효율의 신화
신고선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되지 못하고 '신고'만 돼 있는 선수를 뜻한다. 각 구단이 63명의 선수만 등록할 수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는 연습생으로 불리다가 1994년부터 호칭이 바뀌었다. 정식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하고, 구단의 테스트에 응시해서 프로 유니폼을 입는 이들은 일종의 비정규직이다. 보통 계약금 없이 입단하며 최저 연봉은 올해 2천400만원이다. 입단 후에도 배팅볼을 던지는 등 훈련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신고선수들이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의 성공은 신데렐라에 비유되기도 한다. 1980년대 장종훈 현 한화 코치는 '연습생 신화'를 만들었다. 2014년 개막전 기준으로 신고선수는 구단별로 30명 안팎으로 총 224명이었다.
◆신인왕 이동수와 최익성
서건창은 2012년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신고선수 출신의 첫 신인왕은 삼성에서 1995년 배출됐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삼성에 입단한 이동수(41)였다.
이동수는 신고선수로 입단한 지 4년 만에 고졸 타자 출신으로는 최초의 신인왕이 됐다. 1군 2년차였던 1995년 125경기에서 타율 0.288와 81타점 22홈런의 맹활약을 펼쳤다. 그해 7월 25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삼성이 3대6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당대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던 구대성을 상대로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을 날려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동수의 '전성기'는 불행하게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승엽'김한수에 밀려 주전 수비 위치를 잡지 못했고, 지명타자나 대타 자리에는 같은 우타자이자 대선배인 이만수가 있었다. 결국 그는 1997년을 마지막으로 삼성을 떠나 쌍방울, SK, KIA, 두산 등으로 옮겨다니다 2003년 은퇴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타율 0.269 89홈런 328타점이었다.
무려 6차례나 소속 구단이 바뀌었던 '저니맨'(journeyman) 최익성(42) 역시 1994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경주고와 계명대를 졸업한 그는 1996년부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122경기에서 0.296의 타율과 22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도루 33개를 추가하며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할 정도로 장래가 밝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 역시 삼성에서 선수생활의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1999년 한화 노장진과 트레이드되면서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고, 이듬해 선수협 사태에 휘말리며 다시 LG로 트레이드됐다. 1년 뒤에는 홍현우의 보상선수로 해태(KIA의 전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2002년 시즌 중에 현대로 트레이드됐다. 2004년 우여곡절 끝에 삼성으로 돌아왔으나 2005년 다시 SK로 떠났다. 12시즌을 뛴 그는 통산 0.267의 타율과 60홈런 216타점을 남겼다.
◆ 투수 박석진과 이우선
역경을 딛고 일어서 신고선수로 이름을 날린 삼성 선수는 또 있다. 경남고와 단국대를 거쳐 삼성에 1995년 입단한 투수 박석진(42'현 LG 코치)은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혀 동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안았다. 롯데에서 뛰던 2001년에는 평균자책점 1위(2.98)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7월 은퇴한 이우선(31) 삼성 코치는 2006년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상무를 거쳐 2009년 신고선수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임시 선발 혹은 불펜 추격조의 역할을 해내며 1군에 자리를 잡았던 그는 98경기에서 3승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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