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 소중한 천연자원] <1>어두운 물의 미래

식수 사라지는 지구…10년 후 9억여 명 '타는 목마름'

물을 물쓰듯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물 부족을 겪는 나라가 된 것이다.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 바닥이 갈라진 모습, 가뭄으로 인해 거북이 등으로 변한 논, 가뭄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급수차가 동원돼 물을 뿌리는 모습, 올여름 가뭄 피해를 확인하러 나온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직접 농경지에 물을 대는 모습, 경북뿐만 아니라 영남의 젖줄이 되고 있는 낙동강. 매일신문DB
물을 물쓰듯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물 부족을 겪는 나라가 된 것이다.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 바닥이 갈라진 모습, 가뭄으로 인해 거북이 등으로 변한 논, 가뭄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급수차가 동원돼 물을 뿌리는 모습, 올여름 가뭄 피해를 확인하러 나온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직접 농경지에 물을 대는 모습, 경북뿐만 아니라 영남의 젖줄이 되고 있는 낙동강. 매일신문DB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당시 소련 공군 소령 유리 가가린이 지구를 보고 내뱉은 첫 마디는 "푸르다"였다. 지구가 푸른 이유는 지구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는 수구(水球)라고도 불린다.

그랬던 지구가 조금씩 색깔을 바꾸고 있다. 유리 가가린이 지구를 봤던 1960년대로부터 불과 30년 후인 1992년, 미국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로 나갔던 한 비행사는 "지구의 색깔이 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구 표면의 70%를 덮었던 물에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로부터 또다시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리나라는 물론, 대다수 세계 사람들이 걱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심각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물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두려움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세계물위원회'를 만든 뒤 1997년 '세계물포럼'을 제안했다.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의 각료,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물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협력체계를 꾸리고 공동체 내에서 물 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물 포럼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통합수자원 관리, 안전한 식수공급, 위생시설 확충, 환경개선 등 범지구적 직면 과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년 4월 세계물포럼은 대구경북에서 열린다. 전 세계 물 관련 이슈가 대구경북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청맥 낙동강을 품고 있는데다 물 산업 기반까지 튼튼해 세계물포럼 개최지로 떠오른 경상북도와 함께 매일신문은 '물의 미래'를 4차례에 걸쳐 고민해본다.

가장 시류 변화에 민감하다는 글로벌 기업체 CEO들.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물 부족 문제다.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 부족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고백했다. 스위스 네슬레는 세계 최대 식품 회사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 생산시설의 물 보존과 수질관리 비용으로 3천800만스위스프랑(약 430억원)을 배정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물 문제가 광산업종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고 기업들의 비용 지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탄산음료 업체인 코카콜라는 2003년 이후 물 보존에 20억달러 가까이 지출했다. 많은 기업이 물을 관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뿌리는 가운데 깨끗한 물의 부족은 이제 심각한 현실로 다가왔다.

◆물이 변화하고 있다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약 14억㎦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바닷물이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억5천만㎦인 2.5% 정도가 민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민물 중에도 약 69%가 빙산, 빙하 형태고 30%는 지하수이며, 나머지 1%인 100만㎦만이 호수나 강, 하천, 늪 등에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 상에서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구에 있는 물은 순환한다. 바다는 태양으로부터 흡수한 복사열을 해류를 통해 지구의 곳곳으로 운반한 뒤 다시 대기로 방출시킨다. 대기권으로 증발한 물은 비와 눈과 우박 등으로 변해 바다로 다시 돌아온다. 이른바 물의 대순환이다.

표면 수의 증발은 대기에 습기를 보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습기는 강수를 통해 지구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한정된 자원인 물로 인류는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며 공장을 돌리고 여러 가지 에너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물의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정화되지 않는 각종 오'폐수가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경제수준이 좋아지고 과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구는 점점 증가했고 물 이용량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산업화와 환경오염은 기후변화로 이어져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얼마나 심각한가?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 6억5천300만 명 내지 9억400만 명이, 2050년에는 24억3천만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펴낸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용 수자원 대비 물 수요의 비율이 40%를 넘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컸다.

보고서는 이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심각한(severe)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속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우리나라에 이어 벨기에와 스페인이 30% 안팎으로 '보통 수준'의 물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미국'폴란드'멕시코'터키'독일 등은 10∼20%로 물 스트레스가 적었다.

스위스'헝가리'덴마크'칠레'호주'슬로베니아 등은 이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물 스트레스가 없는'(no stress) 국가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제조업과 전력'가계 수요의 증가로 2050년 전 세계의 물 수요가 2000년에 비해 55%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심각한 물 스트레스 지역의 인구가 2000년 16억 명에서 2050년에는 39억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런 심각한 물 스트레스에 직면할 인구의 4분의 3이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지역에 거주할 것"이라며 "(물 부족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각국이 시행할 물 관리전략의 적절성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