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이 프로야구 감독의 운명을 가르는 시대가 열렸다. 하나로 뭉친 팬들의 목소리가 구단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빚어진 일에 각 구단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전임 감독이었던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51) 감독은 25일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구단과 재계약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선 감독은 "감독 재신임을 받은 후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지난 3년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아울러 "좋은 성적을 올려 팬들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지난 19일 KIA와 2년간 총액 10억6천만원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부임 첫해였던 2011년 5위,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8위에 그친 그를 구단이 재신임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선 감독은 팬들의 '재계약 철회 릴레이'가 펼쳐지자 구단 홈페이지에 직접 편지글을 올리며 팬들의 이해를 구했으나 끝내 여론이 돌아서지 않은데다 내야수 안치홍의 입대와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까지 떠돌자 옷을 벗었다.
반면 한화는 25일 김성근(72) 감독을 계약금 5억원과 연봉 5억원 등 3년간 총 20억원에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2011년 8월 18일 SK 와이번스에서 경질된 이후 3년 3개월 만에 프로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1990년 11월부터 2년간, 정동진 전 감독에 이어 삼성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한화의 김 감독 영입도 팬들의 강한 요구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데 실망한 한화 팬들은 김 감독의 영입을 요구하며 인터넷 청원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에 구단 측은 24일 김 감독에게 "만나서 의견을 듣고 싶다"고 연락을 취했고, 결국 김응용 전 감독의 계약 만료 이후 공석이던 사령탑에 김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많은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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