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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로 다가온 북핵, 억지력 갖추는 게 대화의 조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평가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핵탄두 소형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고 어제 말했다. 전날 '북한이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던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의 말을 국방'외교 두 장관이 동시에 뒷받침한 것이다.

핵탄두 소형화는 북의 핵기술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인해온 한'미 당국의 공식 입장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핵 소형화는 한반도 전역이 북핵의 위험에 노출되었음을 뜻한다. 핵탄두를 신형 이동미사일인 KN-08이나 잠수함 등에 싣는다면 한반도는 저들 주장대로 불바다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아무런 억지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북이 핵미사일을 쏘더라도 이를 사전에 탐지할 수도 없고, 요격할 능력도 없다. 핵'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때 이동식 발사대 등을 탐지해 신속히 타격하는 킬 체인이나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가 구축될 2020년대 중반까지는 속수무책이다. 이마저 제때 완성될지, 또 유사시 당초 계획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당장 어제 국회는 이 사업에 대해 '현실적인 사업계획을 토대로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탐지 체계와 요격 체계가 겉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배치하는 문제를 두고 우리끼리 티격태격하고 있다.

국방은 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엊그제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지휘관으로서 북한이 이런 능력(핵 소형화)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는 발언은 우리 정부가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와 더불어 KN-08이나 잠수함 같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등 행보에 거침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는 늦추며 입씨름만 하고 있다. 핵 억지력 확보 없는 대화는 사치다. 우리야말로 이런 사치스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핵 억지력 확보가 먼저다. 그러면 대화는 저절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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