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또 다른 선택

지난 3월에 제대한 큰아이를 복학시키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게 했다. 주변에서는 "학교라도 마친 뒤에 일을 시키지?"라며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나는 단호하게 현장 일을 먼저 할 것을 주문했다. '대학 물' 먹고 포시러워지면 궂은일 못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어차피 공부로 승부 걸 일이 아니라면 학업은 나중으로 미루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인 것이다. 운수업은 현장 일부터 배우지 않고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마찬가지다.

제대한 아들을 한 달도 쉬지 못하게 하고 화물차에 태워 운전 연습을 시켰다. 아직 스물세 살, 승용차 운전 경험도 없는 병아리 같은 아이에게 고속도로에서 그 큰 차의 운전대를 잡게 하고 조수석에 앉으니 간담이 서늘해 왔다. 담력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지만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하는 후회감까지 몰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산에서 막 자란 나무를 서까래로 쓰려면 쓸모 있게 다듬어야 하듯이, 꼭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대형 화물차 운전이 대단히 위험할 것 같지만 사실 승용차보다는 사고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그럼에도 화물차가 사고를 많이 내는 것은 운전자들이 격무에 시달려 과로하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물차 자체가 사고를 잘 유발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밖에서 보는 관점과 실제는 다른 수가 많다. 잘못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때문이다. 어차피 어떤 직종이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취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졸업과 동시에 '또 한 명의 백수'가 되는 시대이다. 뛰어난 두뇌가 아니고는 취업은 꿈꾸기도 어렵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바로 3D 업종이다. 그쪽에는 사람이 모자라 아우성이다. 처음 적응할 때는 힘들겠지만, 현장 일을 차근차근 배우고 업태 생리를 잘 파악해 가면 창업도 그리 어렵지 않다. 머리 회전이 잘 되는 고급 인력이 진입하면 생각보다 손쉽게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말로, '똑똑한 사람은 어디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쓰인다. 정말 내 자식이 잘났다고 생각한다면 다소 험하고 궂은일이더라도 기꺼이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취업의 문은 좁은데 너도나도 이력서 들고 기웃거려 본들 무슨 소득을 얻겠는가. 또, 그렇게 들어가 봤자 평생직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에게 3D 업종은 아직 미개척 분야로서, 그야말로 블루오션일지 모른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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