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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셀프 주유소의 과공비례(過恭非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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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취재를 다니던 이달 초였다. 몰고 다니던 차에 기름을 넣어야겠다 싶어 주유소를 찾다가 국도변의 한 셀프 주유소를 찾을 수 있었다. 차를 세우고 주유를 하려는데 주유원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다가왔다. 주유를 해 주시려는 걸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고는 내가 직접 주유를 했다. 주유를 하면서 '셀프 주유소인데 왜 저 아저씨는 굳이 본인이 주유해 주려고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여쭤보면 기분 나빠 하실까 봐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주유를 마치고 차를 몰고 나가면서 펼쳐진 논밭을 보니 '어르신들이 셀프 주유에 익숙하지 않아서 도와드리려면 주유원이 있긴 있어야겠다'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시내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일이 있었다. 그곳도 주유원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늘 하던 대로 주유를 하려는데 이 주유원이 다가오며 "제가 해 드릴게요"라는 게 아닌가. 그 주유원의 말이 기분 나쁠 말도 아닌데 살짝 기분이 이상해졌다. '내가 주유기를 못 다룰 것처럼 생겼나' 하는 까닭 모를 자격지심이 생긴 것이다. 난 결국 주유원에게 "됐어요.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조금 차갑다 싶게 말을 내뱉고는 주유기 터치패드를 눌렀다. 주유소를 나올 때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주유원은 그래도 그나름 친절하려고 한 건데…. 셀프 주유소인데 주유원이 직접 주유해 주겠다고 하는 건 주유소의 인력낭비 아닌가? 저 주유원은 저렇게 도와주고 한 달에 얼마를 월급으로 받을까? 셀프 주유소라 기름값이 싸다는 이유로 월급 후려치기 당하는 건 아닐까?' 등등.

'셀프 주유소'란 말 그대로 운전자가 직접 주유기를 이용해 자신의 차량에 주유를 하는 주유소를 말한다. 셀프 주유소의 장점으로는 인건비가 적게 들어 그만큼 해당 주유소의 기름값이 일반 주유소에 비해 좀 더 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는 주유의 체험을 실제로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대구 시내 셀프 주유소를 가면 몇몇 곳은 주유원이 직접 뛰쳐나와 주유를 해 주려 한다. 그리고 직접 주유를 하려고 하면 옆에 서서 어린아이가 주유기를 만져서 불안하다는 듯 하나하나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며 일러준다. 물론 셀프 주유를 처음 해보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은 필요하지만 이렇게까지 친절한 걸 티 내려고 하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아주 친절함이 과해서 예의에 어긋나는 상황이다.

여기까지 쓰면서 머릿속에 불안감이 생겼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셀프 주유소 업주들께서 '주유원이 불편해? 그러면 다 내보내 버리자'라는 마음을 먹고 있으신 것은 아닌지,

또 셀프 주유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너 때문에 내 밥줄 끊기게 생겼다. 어떡할래"라며 따지러 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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