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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읽어주는 남자] 지명으로 읽는 대중가요(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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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래사냥의 주인공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거지 민우(안성기 분), 왜소한 청년 병태(김수철 분),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벙어리 여인 춘자(이미숙 분)다. 이들은 저마다 삶에서 절망에 처해 있지만,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 있음을 알고 걷고 또 걸으며 먼바다로 고래사냥을 떠난다.

여기서 감동이 나온다. 바로 도피의 재정의다. 현실이 싫어 도망치듯 떠나는 여정이라지만, 그래도 이 여정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도피란 '타인의 서사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의 서사를 쓸 수 있는 기회'로 다시 정의된다. 요즘 현대인들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 코드가 아닐까. 바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서울 위주 지명 사용은 아쉬워

드라마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대중가요 대다수도 우리나라의 문화 중심지인 서울에서 제작된다. 그래서 노랫말 속 지명들도 서울 위주다. 주로 사랑과 이별의 무대가 된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1988)에는 서울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 광화문 네거리 등이 추억의 장소로 등장한다. 동물원이 부른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1990)에 등장하는 시청은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시청이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도 대중가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명이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1979)부터 인디 밴드 '십센치'의 '한강의 작별'(2012)까지, 시대마다 뮤지션들이 장르 가리지 않고 노래 소재로 선택했다. 특히 '한강'이라는 제목은 동명이곡(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곡)이 참 많다. 조용필, 나훈아, 신중현 등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불렀다.

'서울'도 마찬가지 단어다. 서울은 하나의 도시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의 수많은 뮤지션들이 뉴욕을, 프랑스의 수많은 뮤지션들이 파리를 즐겨 노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까 서울이 아닌 곳에 산다고 해서 시샘하거나 투정할 일은 아니다. 노래 제목을 살펴보면 '서울'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거나 'Seoul'과 'S.E.O.U.L', 발음이 비슷한 'Soul'(소울) 등의 영어 표기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이 아닌 곳에도 분명 사람이 사는데! 사람 사는 얘기를 담아내는 대중가요의 노랫말 속 지명이 너무 서울 위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은 분명 아쉽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서울 지명을 쓰지 않아도 히트했다. 조용필의 1집(1979) 수록곡 중에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대전 블루스'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김트리오는 인천에 있는 지명을 쓴 '연안부두'(1980'사진)를, 최백호는 경북 포항에 있는 지명을 쓴 '영일만 친구'(1979)를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곡이 둘 있다. 조영남의 '화개장터'(1988)와 김혜연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1994)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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