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혜(베트남 이름 흐엉'29) 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2005년 5월에 왔으니 벌써 10년째다. 남편도 있고 아홉 살 난 아들도 하나 있다. 성격도 좋아 주위에 친구도 많다. 한국어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읽고 쓰는 데 문제가 없다. 그는 내년이면 대학 졸업장과 함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된다. "이제부터는 도움받는 멘티에서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되고 싶어요."
◆ "난, 운이 좋은 여자"
선혜 씨는 현재 경산1대학 사회복지학과 2학년이다. 내년 2월이면 꿈에 그리던 대학 졸업장과 함께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게 된다. "꿈만 같아요. 아직 부족한 게 많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선혜 씨는 자신을 '운이 좋은 여자'라고 했다.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좋은 분을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 한국생활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국말도 서툴고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어요. 복지관 언니들로부터 말도 배우고 한국 관습, 예법도 배웠고,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것도요. 나쁜 사람을 만나 힘들게 사는 이주여성들도 많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여자예요."
누구보다 빠르게 한국생활에 적응한 선혜 씨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저도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별것도 아니에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 밑반찬 전달 정도예요.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갚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외롭게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에서 친정 엄마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선혜 씨는 한국에 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울적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선혜 씨는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말도 통하지 않아 경계부터 하는 분들이 많다"며 "마음을 여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을 주는 것만이 답인 것 같아요. 처음엔 어색해하고 말도 잘 하지 않던 이주여성이 아이 낳을 때부터 100일, 돌'생일 잔치까지 챙겨주는 등 마음을 주니까 서서히 속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바빠서 봉사활동도 뜸하다"며 수줍게 웃는다.
◆ 사회복지사 꿈 위해 대학 진학
선혜 씨는 중학교를 중퇴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중도에 그만뒀어요. 그 꿈을 한국에서 이룰 줄은 몰랐어요."
2010년 한국어 공부도 할 겸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일을 해야 했기에 공부에만 전념할 수도 없었다. 손을 놓은 지 오래된 영어와 수학 공부도 어려웠다. 2년 만에 졸업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경산1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봉사하는 게 체질에 맞는 것도 같고, 사회복지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진학했습니다." 중학교 중퇴생에게 대학은 넓고 자유로웠다. 낭만도 있었다. 어린 친구들과 MT도 가봤다. "모든 것들이 한국에 와서 이룬 것들이에요. 남편과 복지관 언니들이 고마워요."
그러나 대학 공부는 녹록지 않았다. "말하기는 불편이 없었지만 글은 아직 어려워요. 사회복지정책이나 복지법 등이 어려웠어요." 그러나 성적은 만족한다고 빙그레 웃는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만족해요. 물론 소득과 연계한 것이지만 장학금도 탔다"며 싱긋 웃는다.
◆멘티에서 멘토로
선혜 씨는 내년 2월이면 대학을 졸업한다. 상반기 복지관 실습에 이어 현재 달성군 다사읍 한 어린이집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선혜 씨는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결혼이주여성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먼저 경험한 제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가정폭력이나 이혼, 특히 시어머니와의 갈등 관계에 있는 여성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주여성들의 육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한국인도 포함됩니다."
선혜 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원 진학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그리고 잘할 수 있으니까요. 저, 한국으로 시집 잘 온 것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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