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달성 꽃피다] (4)면단위 시골학교 성적 대반란

郡 매년 수억 전폭적 교육투자…꼴찌 도맡던 '포산고' 입시명문 견인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달성군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원어민 영어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달성군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원어민 영어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의 포산고등학교. 불과 6, 7년 전만 해도 대구 일반고 70여 개 중 거의 꼴찌를 도맡아야 하는 학교였다. 심지어 병설중학교인 포산중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도심 이주 및 위장전출 등을 야기해 신입생 미달사태로 번졌다.

대구 최하위 중학생이 전문계 고교 진학을 피해 도피성으로 입학하면서 학력저하 현상도 짙어졌다. 급기야는 폐교수순까지 밟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학교가 지역 최고의 학교로 급부상했다.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1%대가 아니면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인기학교가 됐다. 더욱이 이제는 달성군 교육계의 최고 브랜드이자 얼굴로 통한다.

◆포산고, 중학성적 상위 1%돼야 지원

포산고는 1968년 현풍여고로 개교했던 학교로 2002년부터 남녀공학이 됐다. 2003, 2004학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미달사태를 겪었다. 성적 역시 2007학년까지는 대구 최하위 입학성적과 대학진학률을 기록했다.

포산고는 2012년부터 서울대 합격자를 2명이나 내면서 학교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3학년에는 서울대 합격자가 5명으로 늘었고 특히 올 입시에서는 서울대 3명, 연세대 3명, 성균관대 12명 등 서울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에 40여 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우수학생 유입도 뚜렷해졌다. 일반전형(대구 및 경북 고령군 다산면) 합격생의 평균 석차백분율은 2012학년 2.695%에서 2013학년 1.145%로 올라서면서 1%대를 유지하고 하고 있다. 학년당 정원이 105명(2014학년 신입생부터는 99명)에 불과한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가 거둔 놀라운 성장이다.

포산고의 초고속 성장에는 김호경 교장의 공이 컸다. 김 교장은 2007년 자율학교와 농산어촌우수고 지정 이후 제1대 공모교장으로 인근 사립고에서 부임해 왔다. 김 교장은 오자마자 팔을 걷어붙여 이제는 상위 1%가 모이는 신흥 명문으로 탈바꿈시켰다.

2008년 기숙형공립고 선정, 2009년 기숙형고교 부문 국정과제 수행 유공학교, 2010년 유공학교장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1년 기숙형고교 운영성과평가 최우수학교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12년 자율형공립고 지정 등 그간 거둔 성과는 열거조차 힘들 지경이다.

전교생 300여 명, 9학급 규모에서 이같이 놀라운 실적의 바탕에는 다른 학교와 달리 '도드라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받쳐주고 있다. 특히 방과 후 학력향상 프로그램의 경우 35개나 된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60시간짜리 특별보충수업을, 성적우수 학생들은 주당 6~10시간의 교과심화 수업을 듣게 한다.

◆기숙사 머물며 종일 공부하는 분위기

김 교장은 "포산고는 교육에서 돌봄까지 책임지는 기숙형 공립고가 된 뒤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전교생이 기숙사에 머물기 때문에 하루종일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학교는 학생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맨토링 프로그램 등 '맞춤형 교육'에 나섰다"고 밝혔다.

포산고가 기숙형 공립고로서 '대박'을 터트린 데는 해당 지자체인 달성군의 화끈한 지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달성군은 포산고에 매년 학생들의 식비 등 기숙사 운영비로 1억원, 학력향상 프로그램 7천만원, 인재양성사업 6천만원 등 2억3천여만원씩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는 자율형 공립고 특성화 프로그램 사업 명목으로 7천만원을 더해 모두 3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달성군이 올해 48개 초'중'고에 지원하는 교육경비(교육기관에 대한 보조금)가 36억8천700만원으로 대구시내 8개 구'군청 가운데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내 지자체들의 교육경비 지원액은 달성군에 이어 달서구(21억원), 북구(18억3천만원), 수성구(14억4천만원), 동구(12억5천만원), 남구(8억7천만원), 서구(5억2천만원), 중구(1억7천만원) 순이다. 달성군의 지역 내 학교에 대한 교육예산 지원규모는 가장 적은 중구에 비해 무려 21배에 달할 정도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을 수립해 학생'학부모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교육예산을 늘려 달성군의 교육중흥기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초교 '자율학교' '행복학교' 육성

이처럼 달성군이 쏟는 지역교육 발전에 대한 열정으로 한때 폐교 위기를 겪었던 지역 내 농촌 초등학교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특히 해당 지자체의 풍부한 살림에서 비롯되는 넉넉한 지원, 각 학교의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군내 각종 개발사업의 호재 등이 맞물리면서 도시로 빠져나가던 학생들이 속속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역 내 반송'유가'가창'하빈'동곡초교 등 5개 학교의 학생수는 2011년보다 무려 26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송초교는 2011년 전교생이 21명으로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몰렸으나, 올해 3월 기준 학생수가 74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유가초교와 가창초교는 2011년 전교생이 각각 31명과 46명에서 91명과 164명으로 대폭 늘어 전학을 대기하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하빈초교와 동곡초교도 전교생이 40명과 45명에서 올해 89명과 60명으로 늘어났다.

학생수가 늘고 있는 유가초교와 동곡초교에는 올해 각각 4억1천만원의 예산(국민체육 진흥기금 3억5천만, 시비 3천만원, 군비 3천만원)을 들여 최신식 생활체육운동장 조성사업이 예정돼 있어 농촌학교 활성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달성교육지원청에서도 2010년부터 반송초교를 대구시교육청 자율학교로 지정한 데 이어 가창초교(외국어), 유가초교(문화예술), 하빈초교(건강힐링)를 '행복학교'로 지정해 육성하는 등 농촌학교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달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그동안 농촌학교 활성화를 위해 방과후 프로그램, 원거리 통학버스 서비스, 도시 지역의 영어교육 환경과 비교해 손색없는 원어민영어교실, 대구경북영어마을 체험학습 등 프로그램에 대해 지자체에서 예산을 전액 지원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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