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 사회의 무관심 탓에 또다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 상담시설이 있지만 병원'경찰'구급 인력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데다, 자살 시도자를 24시간 보호할 시설이 병원 응급실뿐이다 보니 입원을 강제할 수도 없어 자살 시도자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자살에 실패한 이들은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두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한 2천970명 중 67%가 1년 내 자살을 재시도했다.
대구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이 자살상담실과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경찰'소방 인력이 많다. 한 소방서 구급대원은 "자살 시도자를 구조하면 자체 상담하고 응급실로 이송한다"며 "콜센터가 있다는 걸 알지만 자살 시도자가 전화하도록 유도한 적은 없다"고 했다.
심야나 주말에는 자살 시도자가 머물 곳도 없다. 자살예방상담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한다. '자살 사후 관리 병원'인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경북대병원도 정신과 전문의가 응급실로 이송된 자살 시도자를 진료한 후 입원시키거나 상담사와 연결해주지만, 자살 시도자와 보호자들은 비용과 지속적 관리에 부담을 느껴 거부한다.
경찰과 병원이 자살 시도자를 데리고 있을 법적 근거도 없다. 정신보건법상 자살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사람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으나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따른다. 한 경찰관은 "당사자나 보호자 의사를 무시한 채 특정 조치를 취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경찰관과 간호사, 교사 등에게 자살 시도자를 응급정신과병동으로 보낼 권한이 있다. 또 병원 측은 자살 시도자를 72시간 동안 반드시 머물게 하며 심리 상태를 관찰한다. 서울과 경기도 양평 등은 자살 시도자 응급실 치료비 40만~50만원을 지원해 입원과 사후관리를 유도한다.
김서업 한국자살예방센터 대구경북지부장은 "자살 시도는 대부분 심야에 이뤄지는 데다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는다"며 "24시간 전문 보호시설을 통해 자살 시도자를 돌보는 한편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도 이들을 구조하는 즉시 상담전화를 연결해줘서 심리적 안정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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