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주(52) 사회건강연구소장은 감정 노동은 개인이 아닌 조직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이 친절 서비스 교육만 강조하고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시스템 개발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 제일주의, 고객은 왕, 고객 감동 등 왜곡된 친절과 고객 문화도 조직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드물지만 제도적으로 감정 노동자를 잘 보살피는 조직도 있다. 정 소장은 한 전자기업의 콜센터를 예로 들었다.
"이 기업의 콜센터는 직영이어서 대부분 직원이 정규직이에요. 그리고 상담원들은 숙련자와 비숙련자, 2인 1조로 팀을 이뤄 협력해서 고객 전화를 받아요. 또 '악성고객전담반'을 만들어 이 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휴가도 더 주고, 감정 노동 수당도 20만원 따로 주고요. 안마 의자와 파우더룸 등 여직원을 위한 휴식 시설도 잘 돼 있는 편이에요."
최근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인 변화도 일고 있다. 각 기업을 찾아 감정 노동을 상담해주는 '감정 노동 서포터스'가 생겼고, 고용노동부는 '한국형 감정 노동 평가 도구'를 개발했다. 정 소장은 "지난 몇 년간 조직과 정부에 압력을 넣으니까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감정 노동 문제를 노동자의 감정을 다스리는 수준으로 해결하는 것을 경계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은 2천92시간(201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정 소장은 "감정 노동은 건강 이슈다. 대형마트 캐셔 등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감정 노동 문제는 노동 조건을 바꾸는 방향으로 개선해야지 '힐링'과 분노 조절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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