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무 비싼 커피, 다른 방법은 없을까?

동성로
'달콤한 여자 커피'의 '1리터 커피'(아이스 아메리카노)다. 1리터 커피의 높이를 기자의 아이폰 5S와 비교해봤다.
동성로 '마시그레이'에는 평일 오전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앉아서 마실 곳은 없지만 1천800원(아메리카노)이라는 저렴한 커피 가격에 손님들이 만족해하고 있다.

"밥은 네가 사. 커피는 내가 살게"라는 말에 어색함을 느낄 사람은 아마 적을 것이다. 식사 한 끼와 맞먹는 커피 가격 덕에 밥을 얻어먹고 커피를 사면 자연스레 '더치페이'가 가능하다.

고급 커피가 대중화하면서 커피를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커피 가격은 점점 대중과 멀어지고 있다. 최근 커피 시장에는 이런 딜레마를 감지한 듯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저렴하고 양 많은 커피'를 내세운 커피 업체가 생겨났고 집에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내려먹는 '홈카페족'이 늘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 커피값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이런 방법을 한번 찾아보자.

1.싸고 양 많은 집 찾아가면 되지

◆가격과 양이 착한 커피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목표로 착한 가격을 내세운 커피집이 등장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커피 가게 앞에는 '아메리카노 1800원'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이 카페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내세우며 단가를 낮췄다. 대중적인 분위기를 살려 젊은 소비자층을 사로잡고 있다.

테이크아웃 음료 전문점 '마시그레이'(Masi Gray)는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메뉴판에는 스무 가지가 넘는 음료로 가득하다.

이 집의 인기 요인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아메리카노 20온스(567g)가 1천800원이다. 이보다 양이 적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 잔 가격은 4천100원으로, 마시그레이 커피의 두 배보다 비싸다. 스팀 우유가 들어간 마시그레이 카페라떼도 한 잔에 2천800원으로 4천원이 훌쩍 넘는 프랜차이즈 커피점 아메리카노보다 저렴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 인기다. 김현애(23) 씨는 "앉아서 마실 공간은 없지만 어디에서 아메리카노를 1천800원에 마시겠느냐"며 "맛도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른 점을 못 느끼는 편이라 자주 사 마신다"고 말했다.

이 가게 정영주 대표는 "3, 4년 전까지만 해도 비싼 커피에 대한 반응이 좋았는데 2년 전부터는 시장이 양분화되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비싸고 분위기 좋은 카페나,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지만 가격이 저렴한 커피 중 고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으로 승부하는 카페도 있다. '1리터 커피'를 파는 동성로 '달콤한 여자 커피'다. 양은 프랜차이즈 커피의 두 배지만 가격은 4천원으로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 등 몇몇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기본 사이즈 한 잔 값보다 저렴하다.

1리터 커피는 가게가 문을 연 지 3개월 만에 소비자들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진영(27) 사장은 "요즘 커피가 비싸서 학생들이 하루에 커피 한 잔 이상을 마시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양을 두 배로 늘리면 손님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할 것 같아 '1리터 커피'를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맛 관리에 소홀하지 않는다. 우 씨는 "너무 탄맛도 아니고 신맛도 아닌 가장 대중적인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원두 보관 날짜에 신경을 쓰면서 사람들 입맛에 맞게 로스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내세워 단가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먹고 싶은대로 '홈카페'가 있지∼

"커피는 회와 비슷해요. 신선한 원두만 있으면 특별한 도구나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어요. 특별한 기술 없이도 선상에서 먹는 회가 맛있는 것과 비슷하죠."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테이블탑에서 박효승 대표는 커피 만드는 법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최근 커피값이 오르면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겠다는 '홈카페족'이 늘자 원두를 사가는 사람들에게 홈카페 강의를 하고 있다.

'커피 DIY'를 시도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라고는 인스턴트커피, 일명 '봉지 커피'가 전부이던 시절은 지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급화한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입맛도 원두커피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맛이 시럽과 우유에 묻혀 '하향평준화'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커피를 직접 공부하고 만들어 즐기는 소비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박 대표는 "홈카페는 어렵거나 거창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커피 원재료에 대한 이해만 해도 홈카페의 80%는 성공한 거예요."

홈카페의 시작은 커피 재료, 즉 커피와 물에 대한 이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원두의 신선함이다. 박 대표는 "원두를 보관하는 시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두의 유통기한이 아닌 제조일자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마트에서 파는 원두보다 제조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로스터리카페 원두를 구입하는 게 좋다. 원두는 개봉 후 1주일, 개봉하지 않았다면 1달 정도 보관하는 게 좋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향과 맛이 급격히 사라진다.

다음은 물의 온도다. 보통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 정수기 물을 사용하는 등 물 온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원두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물 온도가 있다. 박 대표는 "원두가 덜 탄 밝은 색이면 조금 높은 온도로, 많이 로스팅돼 진한 색 원두면 살짝 낮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홈카페의 매력은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비교적 저렴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테이블탑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 가격은 150g에 1만5천원이다. 한 잔에 15g씩 원두를 쓴다고 하면 커피 한 잔에 드는 재료값은 1천500원에 불과하다. 핸드드립 도구 세트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싸게는 2만5천원에도 구입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공부하고 즐기는 커피문화가 발달할 것"이라며 "개인적인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차별화된 원두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홈카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