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볼 수는 없지만, 이 고즈넉한 공기와 청명한 바람은 아마 신라에서 불어왔던 것이 아닐까요?" 신라 왕들과 가장 가까이 걸었던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었으리라.
8일 '2014 함께 걷는 경주 왕의 길' 행사에는 조금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120여 명의 포항지역 시각장애인들이다. 한발 한발 지팡이를 짚어가며 답답할 정도로 느린 걸음이었지만, 신라시대의 역사를 호흡하기에는 오히려 빠른 걸음은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가며, 또 향기를 맡으며 이들은 신라 천년의 정취를 마음 가득 담아갔다.
안내자가 없으면 제대로 걷기 힘든 탓에 시각장애인과의 동행은 해병대 제1사단 7중대(화기중대) 장병들이 맡았다.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경주소방서와 경주시 보건소 직원들이 기꺼이 수고를 자처했다. 서로 손을 맞잡고 걷는 새 해병대 장병들 역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신라 유적이 나올 때마다 아들뻘인 장병들에게 자신이 어렸을 적 느꼈던 경주의 옛모습을 설명하며 오히려 역사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해병대 제1사단 7중대 김현호 중대장(대위)은 "시각장애인들이 '아들 생각이 난다'며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건네거나 쌈짓돈으로 간식을 사서 장병들에게 안기는 모습이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느끼게 했다. 도움을 드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사랑을 받아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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