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말티즈 한 마리를 입양했다. 그 애완견의 이름은 '콩이'다. 그분은 애완견을 키워본 적이 없어 배변을 치우고 씻기고 돌보기가 힘이 들었다. 더욱이 아직 어린 강아지라 예방접종을 비롯해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가족들에게 힘듦을 호소하게 되었다. 이에 그분의 딸은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이웃에게 콩이를 입양 보냈다. 입양을 보낸 후 딸은 엄마가 편안하게 생활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5개월간의 콩이에 대한 기억들과 집안 곳곳의 흔적이 엄마를 병나게 만들었다. 엄마는 모든 생활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매일 콩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지었다. 콩이와 함께한 세월이 입양을 보내기 전에는 힘든 시간이기만 했는데, 엄마는 막상 콩이를 보내고 나니 그동안의 돌봄이 큰 기쁨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딸은 엄마를 그냥 두면 큰 병이 날 것만 같아 입양을 보낸 집에 양해를 구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이웃은 이미 키우던 개가 두 마리 더 있었고, 양육이 힘들어 콩이를 멀리 강원도 철원으로 다시 입양보냈다고 했다. 딸은 장문의 글을 철원으로 보냈다. 엄마의 콩이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알리고, 답례 표시와 함께 콩이를 돌려달라는 편지였다. 그 엄마의 마음과 딸의 진정성에 감동한 견주는 콩이를 다시 원주인의 품으로 되돌려 보냈다.
우리는 살면서 함께 있을 때는 몸이 힘듦에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막상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그 빈자리가 그리움으로 사무치게 됨을 깨달을 때가 너무나 많다. 언젠가 TV에서 한 중년 부부의 삶을 소개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이 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서 사지를 헤매다가 회생하였으나 노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후 아내는 생계를 위해 온종일 할인마트 카운터에 서서 일해야 했다. 밤이 어둑해졌을 때 남편은 아내를 마중하러 골목으로 나갔고 지쳐 돌아오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 아내의 얼굴은 신세를 비관하거나 남편을 탓하는 표정이 전혀 없었다. 그분은 아마 알았나 보다. 일상의 고됨 속에 그리움도 숨어 있다는 것을. 사소하고 귀찮아 보이는 일상 속에 안 보이는 소중한 가치들이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이 땅에서 우연과 인연의 실로 엮여 바라보는 서로의 얼굴이 되고, 서로의 호흡이 된 자들. 무엇이 각자의 존재 의미인지, 무엇이 행복의 구성인자인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삶 속에서 늘 기쁘지만은 않고, 가끔은 고달프고 힘겹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 삶을 감사할 일이다. 세월이 아름다운 건 그 속에 숨은 슬픔 덕이요, 세월이 더디 가는 건 그 속에 아롱거리는 추억 덕이요, 세월이 거꾸로 가는 건 서랍 속에 보관된 끈끈한 기억의 편린 덕이 아니겠는가?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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