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반까지는 3차전과 비슷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렀다. 5회까지 삼성 선발투수 밴덴헐크는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넥센 선발투수, 소사 역시 안타와 볼넷을 3개씩 내줬으나 최고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 4개를 뺏어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투수들의 호투는 야수들의 환상적 수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회말 나바로의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넥센 우익수 유한준이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내자 삼성 우익수 박한이는 3회초 박헌도의 우중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냈다. 4차전 최우수선수였던 유한준은 3회말에도 최형우의 직선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낚아채는 등 철벽 수비를 펼쳤다. 삼성도 7회 1사 1루에서 로티노의 타구를 병살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팽팽하던 힘의 균형은 6회초 깨졌다. 이번 시리즈에 처음 선발 출장한 넥센 박헌도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넥센은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고, 시즌 최다안타'타율 1위 서건창은 밴덴헐크로부터 우전안타를 뺏어내 간단히 선취점을 뽑았다.
반면 삼성 타선은 이승엽과 박석민의 타순을 맞바꿨으나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1회초에는 박한이의 볼넷, 최형우의 안타로 만든 2사 1'3루 찬스에서 이승엽이 범타로 물러났다. 2회와 3'5회에는 각각 2사 1'2루와 1사 1루의 기회를 연거푸 놓쳤다. 7회 대타 진갑용의 안타, 나바로의 볼넷으로 만든 동점 찬스에서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던 삼성은 8회 무사 만루의 역전 기회마저 무산시키면서 1990년 L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첫 영봉패의 수모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삼성 더그아웃에서도 '올해는 우승이 힘들겠다'는 패배의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동점타를 치지 못한 박석민'박해민'이흥련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대역전 드라마를 위한 복선이었다. 삼성은 9회 1사 후 나바로가 '국가대표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으로 나간 뒤 2사 후 채태인의 우전 안타에 이은 주장 최형우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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