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중구동 문화의 거리 뒷골목. 밤이 되면 학생들은 이 일대에 모여든다. '문화의 거리'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뒷골목은 가로등 하나 찾기 어려운 음침한 곳이다.
골목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브러져 악취가 나고, 취객들이 어두운 골목을 찾아 노상방뇨를 일삼는다. 벽을 따라 곳곳에 모인 청소년들이 연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인근 옷가게에서 일하는 최모 씨는 "밤이 되면 절대 이 골목을 다니지 않는다. 예전 아르바이트 시간이 늦어 이 골목을 지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서로 욕설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땅만 보고 걸었다"고 했다.
어둠이 깔린 안동시내 구도심은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가 됐다. 유흥가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청소년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안동경찰서 역전파출소 관계자는 "옥동 신도심으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기존에 있던 선술집들은 대부분 폐업했다. 지역에 청소년 문화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어두운 골목이 학생들의 일탈 장소로 변했다. 이틀에 한 번씩은 청소년 흡연 신고가 들어올 정도"라고 말했다.
보다 못한 검찰은 우범지대로 전락한 도심 뒷골목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역 기관'단체들에 도움을 구했다. 지난 7월 안동대 예술체육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미술학과 학생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 골목 전체에 산뜻한 벽화를 채우기로 했다. 안동시의 도움으로 벽화작업을 위한 바탕작업을 완료했고, 1주일간 안동대 학생들과 졸업생 등의 도움으로 '미담(美談)의 거리'를 완성했다.
10일 안동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준공식에는 한석리 대구지검 안동지청장과 남재일 법무부 법사랑위원 안동지역연합회장, 권영세 안동시장, 정형진 안동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웃 상가 주인은 "밤마다 학생들의 고성이 들려 삭막하게만 느껴진 골목이 이제 동화책을 보듯 밝고 경쾌해졌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한석리 지청장은 "밝고 경쾌한 벽화는 어둡고 침침했던 골목길의 얼굴을 바꿨다. 지역민들이 합심해 이뤄낸 공간인 만큼 모두가 공유하는 대표 명소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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