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시장·지사님 많이 바쁘셨나요?

"여기 (단체장이) 안 오신 지역은 빼고 합시다."

14일 오후 2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회의실. 법안심사소위 한 의원이 농을 쳤다.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울림은 컸다. 순간 소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사연은 이렇다.

이날 소위는 시급한 현안인 부동산 3법 심사를 미루고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청이전특별법안) 심사가 예고돼 있었다. 그래선지 안희정 충남지사와 권선택 대전시장은 오전 일찍부터 회의실 안팎을 오가며 의원들을 만나고 있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심사 예정이었던 도청이전특별법안들은 도청 이전과 관계된 국회의원 4명의 법안 5개와 4개 시'도 합의안이었다. 이 중 경북도청, 충남도청 청사와 부지를 2천518억원에 국가가 매입한다는 4개 시'도 합의안이 의결됐다. 격론 끝에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오후 2시 40분이었다. 의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지만 두 단체장의 부재는 말들을 낳았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충남도청 부지만 국가가 매입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경북도청과 달리 등록문화재여서 팔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경북도청만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논란 끝에 4개 시'도는 지난 8월에야 경북'충남도청 두 곳 청사와 부지를 국가가 매입한다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예산을 대폭 줄여 도청이전특별법안 통과 확률을 높인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도착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소위 회의에 참석 가능하도록 일정을 잡았으나, 회의가 당겨지면서 늦었다"고 해명했고, 김 지사 측은 "정무적 판단에서 통과가 확실한 소위 참석보다는 상임위 본회의와 법사위에 참석하기로 하고 다른 행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충남으로 돌아간 여러 국회의원의 공치사를 들으며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을 떠올렸다. 대구경북의 두 단체장이 그동안 열심히 뛰었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끝을 제대로 맺어야 비로소 빛이 난다. 특히 경북도청의 정무적 판단이 너무나 아쉬웠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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