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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랐네! 잔인한 전세값…3분기 또 6.8% 인상

매매가격의 78%, 가격 비율 이미 전국 2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가을 이사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역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매일신문DB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가을 이사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역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매일신문DB

다음달 중순 결혼하는 직장인 K씨에게 가을은 잔인했다. 신혼집을 구하려 몇 달 전부터 부동산사무실로 발품을 팔았지만 허사였기 때문이다. 전세는 없었고 간혹 나온 물량도 너무나 비쌌다.

그는 "결혼이 코 앞인데 당장 살집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다. 동료 중에선 집을 구하지 못한 채 결혼한 이들이 꽤 있다"고 했다.

전세 세입자 김모 씨는 집주인이 전세를 올려 달라고 해 친척과 친구에게 손을 벌렸다. 2년전 전세금 대출을 받아 3천만원을 올려줬지만 또다시 2천만원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2억8천만원이던 전세가 4년만에 3억5천만원까지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가을철 이사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정부의 잦은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거래가 경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10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주요 도시 중 광주(78.5%)에 이어 두 번째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 69.4%를 크게 넘어선 수치며 부산(69.5%), 인천(65.2%), 대전(71.1%), 울산(72.1%) 등 주요 광역시보다도 멀찌감치 앞서는 지표다.

대구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집값이 오르면서 매매와 전세수요자들의 엇갈린 기대심리가 전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연구소 이진우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기 속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구의 저 평가된 주택 시장이 나홀로 치솟고, 정부의 잦은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자와 공급자간 집값에 대한 상반된 기대치를 낳았다"며 "결국 주택 거래보다는 수요층이 전세에 머물면서 극심한 전세난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세가율은 70%에 달하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돌아선다. 대구는 그러나 이미 70%를 넘어섰고 달성군 등 일부 지역에선 80%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 금리가 연(年) 2%대 이하로 떨어지자 전세금을 받아도 돈 굴릴 때가 마땅찮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半)전세로 돌리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이 만료된 전셋집은 대부분 보증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린다"며 "요즘 임대 매물의 80%가 월세"라고 말했다.

전세 가뭄에 전세금도 오르고 있다. 3분기 대구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6.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은 서울은 4.6%, 경기 5.3%, 인천 5.2%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졌다"고 했다.

전세난이 깊어지면서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묻지마 계약'을 하는가 하면 배짱 두둑한 임대인들은 도배를 해주지도 않고 툭하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

박미영 공인중개사는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면 한두 시간 안에 전화가 10통 이상씩 오는데 집주인들은 없어 연락해도 2~3일 뒤에나 약속을 잡을 정도로 느긋하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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