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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홍준표 기자 환경미화원 동행 취재

눈물 맺히는 '고난의 빗질'

19일 대구 남구 삼각지네거리 부근에서 환경미화원 체험에 나선 본사 홍준표(오른쪽) 기자가 환경미화원과 함께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9일 대구 남구 삼각지네거리 부근에서 환경미화원 체험에 나선 본사 홍준표(오른쪽) 기자가 환경미화원과 함께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도 아니고, '천덕꾸러기'도 아니다. 고운 빛깔을 뽐내다 떨어져 찬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은 을씨년스럽지만, 나무를 살리기 위한 사랑의 표현이다. 잎이 달려 있는 한 수분은 잎을 통해 계속 증발하는 반면 뿌리의 수분흡수력은 겨울로 접어들수록 크게 약화된다, 결국 잎이 떨어지지 않으면 나무는 말라 죽는다.

이맘때가 되면 환경미화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거리에 가득 쌓인 낙엽 때문이다. 한쪽으로 쓸어모아도 바람이 심술부리면, 이내 흩어져버린다.

18일 오후 기자는 대구 남구 삼각지네거리 주변에서 남구청 환경미화원 김만현(50) 씨를 따라 낙엽 치우기를 했다. 6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 씨는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는 낙엽 때문에 힘이 든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에게 가을은 뜨거운 여름 못지않게 혹독한 계절이다. 낙엽을 쓸 때마다 날리는 부스러기와 먼지 때문에 목이 간질간질한 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기자는 마스크도 없이 용감하게 김 씨와 함께 청소에 나섰다가 연방 기침을 해야 했다.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는 가을 필수품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10분 정도 구부정한 자세로 빗질하다 보니 허리며 팔이며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다. 김 씨는 "종일 같은 자세로 반복 작업을 하니까 환경미화원 중에 손목과 허리가 안 아픈 사람이 없을 정도다. 비라도 내리면 물 먹은 낙엽 때문에 쓰레받기가 무거워져 팔이 빠질 것 같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들은 가을이면 정해진 출근시간(오전 6시) 보다 1시간가량 일찍 나와야 한다. 하루 8시간(오전'오후 각각 4시간 근무, 오후 5시 퇴근) 정해진 근무시간으로는 맡은 구역을 말끔히 치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된 일이지만,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로 위안을 받는다. 남구에 있는 도로변을 담당하는 38명의 환경미화원은 자신의 구역에서는 유명인이다. 하루 이틀 출근을 못하면 "아픈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인사를 받기도 한다.

김 씨는 "고생한다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주는 주민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수고하십니다' '덕분에 거리가 깨끗합니다' 등의 인사말은 힘이 나게 한다"고 했다.

짜증 날 때도 있다. 일부 행인들이 15m당 하나씩 있는 낙엽 수거용 포대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들이 거둬들인 낙엽 중 일부는 퇴비로 만들어지는데, 쓰레기가 섞이면 퇴비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 탓에 낙엽과 쓰레기를 분리하는 가욋일도 맡아야 한다.

대구에서 수거하는 낙엽은 연간 4천200여t에 이른다. 대부분은 낙엽 쓰레기로 분류돼 매립되거나 소각장으로 보내지고, 1천100여 t은 농가에 가축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된다. 농가 한 곳당 2.5t 정도 공급되며, 대구 근교의 과수농가들이 퇴비로 많이 찾는다. 가로수 낙엽 재활용 사업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계속된다. 낙엽을 구하려는 농가는 8개 구'군 청소 담당부서로 문의하면 된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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