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도 아니고, '천덕꾸러기'도 아니다. 고운 빛깔을 뽐내다 떨어져 찬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은 을씨년스럽지만, 나무를 살리기 위한 사랑의 표현이다. 잎이 달려 있는 한 수분은 잎을 통해 계속 증발하는 반면 뿌리의 수분흡수력은 겨울로 접어들수록 크게 약화된다, 결국 잎이 떨어지지 않으면 나무는 말라 죽는다.
이맘때가 되면 환경미화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거리에 가득 쌓인 낙엽 때문이다. 한쪽으로 쓸어모아도 바람이 심술부리면, 이내 흩어져버린다.
18일 오후 기자는 대구 남구 삼각지네거리 주변에서 남구청 환경미화원 김만현(50) 씨를 따라 낙엽 치우기를 했다. 6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 씨는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는 낙엽 때문에 힘이 든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에게 가을은 뜨거운 여름 못지않게 혹독한 계절이다. 낙엽을 쓸 때마다 날리는 부스러기와 먼지 때문에 목이 간질간질한 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기자는 마스크도 없이 용감하게 김 씨와 함께 청소에 나섰다가 연방 기침을 해야 했다.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는 가을 필수품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10분 정도 구부정한 자세로 빗질하다 보니 허리며 팔이며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다. 김 씨는 "종일 같은 자세로 반복 작업을 하니까 환경미화원 중에 손목과 허리가 안 아픈 사람이 없을 정도다. 비라도 내리면 물 먹은 낙엽 때문에 쓰레받기가 무거워져 팔이 빠질 것 같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들은 가을이면 정해진 출근시간(오전 6시) 보다 1시간가량 일찍 나와야 한다. 하루 8시간(오전'오후 각각 4시간 근무, 오후 5시 퇴근) 정해진 근무시간으로는 맡은 구역을 말끔히 치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된 일이지만,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로 위안을 받는다. 남구에 있는 도로변을 담당하는 38명의 환경미화원은 자신의 구역에서는 유명인이다. 하루 이틀 출근을 못하면 "아픈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인사를 받기도 한다.
김 씨는 "고생한다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주는 주민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수고하십니다' '덕분에 거리가 깨끗합니다' 등의 인사말은 힘이 나게 한다"고 했다.
짜증 날 때도 있다. 일부 행인들이 15m당 하나씩 있는 낙엽 수거용 포대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들이 거둬들인 낙엽 중 일부는 퇴비로 만들어지는데, 쓰레기가 섞이면 퇴비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 탓에 낙엽과 쓰레기를 분리하는 가욋일도 맡아야 한다.
대구에서 수거하는 낙엽은 연간 4천200여t에 이른다. 대부분은 낙엽 쓰레기로 분류돼 매립되거나 소각장으로 보내지고, 1천100여 t은 농가에 가축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된다. 농가 한 곳당 2.5t 정도 공급되며, 대구 근교의 과수농가들이 퇴비로 많이 찾는다. 가로수 낙엽 재활용 사업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계속된다. 낙엽을 구하려는 농가는 8개 구'군 청소 담당부서로 문의하면 된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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