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울진 금강송 집단고사 원인규명 서둘러야

울진 금강송 군락지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수령 530년의 소나무와 천년대왕송, 미인송, 미남송 등 40㏊의 면적에 200년이 넘은 노송만 8만 그루가 자라는 곳이다. 조선시대 왕실의 목재로 쓰이던 금강송은 집산지가 봉화 춘양이어서 '춘양목'으로 부르고, 속이 적황색을 띤 까닭에 '황장목'이라고도 한다. 하늘을 향해 올곧게 자라는 금강송은 뒤틀림이 적으면서도 재질이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운 최고급 목재로 꼽힌다.

이 때문에 조선 숙종 때 이미 울진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한 입산금지 표석을 세웠고, 소나무를 베면 중형으로 다스렸다. 일제강점기의 무차별 벌채와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울진 금강송 군락지는 용하게도 화를 면했다. 그리고 1959년 육종림 지정에 이어 1982년에 천연보호림으로, 2001년에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는 등 줄곧 특별한 보호, 관리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봉화 석포, 삼척 가곡 등지와 함께 울진 서면과 북면 일대는 세계 최고 형질의 금강송 군락지이자 멸종 위기종인 산양의 최대 서식지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전 단계인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울진 금강송이 얼마 전 한 사진작가에 의해 일부 가지와 밑동이 잘리는 참변을 당하더니, 이제는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집단으로 고사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도 수년에 걸쳐 산발적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원인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울진은 소나무 재선충이 유입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병해충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추정이 나와 다행스럽기는 하나, 세계적인 관심지역인 울진 금강송 군락지의 소나무가 말라죽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림 당국이 고사목 일대의 지형과 토양, 생육 환경과 소나무의 영양상태 등을 분석하고 있지만, 원인 파악이 어렵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산림청과 울진군은 지난번 금강송 무단 벌채 사건 때도 뒷북 대처로 비난을 산 적이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른 시일 안에 전문가의 진단에 따른 원인 규명과 고사목 생육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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