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목숨 건다는 베팅 하나로 민선 6기 대구광역시장을 거머쥔 권영진 시장이 취임 약 5개월 만에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 대구시민이 주목하고 있는 데 받아든 성적표가 별로다. 심하게 얘기하면 낙제점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 시장이 직접 받아든 첫 성적표는 2015년 새해 예산안에서 나왔다. 권 시장뿐만 아니라 민선 6기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단체장들이 똑같이 '새해 예산안 성적표'를 들고 지역민의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시장의 '예산 성적표'를 얼핏 보면 올해보다 약간 증액되었다고 고무될 수 있다. 그러나 착각이다. 단순하게 인구 대비 2015년도 예산 규모를 나누는 셈법만 갖다대어도 평가는 달라진다. 금년 10월 기준(이하 동일) 대구 인구는 249만 2천991명이다. 250만 명에 약 7천 명 모자라는 대구광역시가 확보한 내년 예산은 6조 2천22억 원이다. 물론 지방세와 국세를 모두 합친 금액이다. 대구시의회 승인도 났다. 그런데 이 '2015년 대구시 예산'을 인구 수로 나눠보면 1인당 예산은 248만 7천 원 선이다. 그래도 대구시는 지난해보다 3.0% 늘었다고 자랑질 아니 홍보했다. 과연 자랑 거리일까?
타시도와 비교해보자. 예산 규모가 엄청 차이 나는 서울 경기도는 물론 부산(9조 1천909억 원)이나 인천(7조 7천648억 원)과의 비교도 젖혀두자. 대구시와 내년도 예산액이 6조대로 비슷한 전라도 지역과만 비교해보자. 2015년 대구 예산 6조 2천22억 원은 우리보다 인구가 약 60만 명이나 적은 전남(190만 4천195명)의 6조 2천832억 원보다 810억 원이나 적다. 또 62만여 명이나 더 적은 전북(187만 1천456명, 6조 131억 원)과 비슷하다.
여기에 인구 수 변수를 들이대면 자존심이 확 상한다. 1인당 예산은 대구시가 247만여 원인데, 전남은 1인당 약 330만 원 선, 전북은 321만여 원 선이다. 인(人)당 예산을 전남이 81만 2천 원, 전북이 72만 6천 원을 더 확보했다. 제일 낮다는 광주시도 1인당 265만 5천 원(예산총액 3조 1천48억원, 인구 147만 7천780명)의 예산을 확보하여 대구보다는 낫다. 전남'전북 그리고 광주 등 전라 3도가 공히 '내년도 예산 성적표'에서 대구시를 압도한다.
재미없는 숫자놀이에서만 대구시의 성적표가 나쁠까? 혹자는 이제 새 시장이 오고 다섯 달도 채 안 되었는데 벌써 성적 타령이냐고 비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산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오늘도 현장민원실을 가동하는지 모르겠다. 민원인들의 반응이 좋아서 임기 내내 현장시장실을 운영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보면, 정확한 날짜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권 시장은 대구시민과의 접촉을 즐기는 것 같다.
문제는 대구가 예산 외에도 여러 가지로 타시도와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임기 첫해라 그냥 넘어가야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은 부산영화제로 도시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킨 가운데, 지난 주말까지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축제 지스타로 전국의 수십만 젊은이들을 불러들였다. 청년들이 몰려와서 게임을 즐기고 해운대 바닷가와 자갈치시장에서 파티를 즐겼다. 대구광역시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이펀대회를 집단지력으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그뿐인가. 대구시는 군부대인 K2에 들어선 대구국제공항이 동구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나가달라고 야단이지만, 충남은 서산 해미 공군부대에 민항기를 유치하기 위한 전력투구에 나섰다. 또 전남은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을, 강원도 양양공항은 국제노선 다변화를, 충주공항은 중부권 거점공항이라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북 역시 새만금에 공항을 지을 뜻을 다지고 있다. 바야흐로 지역의 미래는 거점 공항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가름난다는 것을 대구를 제외한 다른 시도는 다 알고 있다.
대구시민이 성에 차지 않는 내년도 예산으로 '상한 자존심'을 끌어안고도 희망을 갖게 할 수는 있다. 그것은 권영진 시장이 대구지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경북 의원들과도 소통을 더 늘리고, 대구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전략과 예산확보에 머리를 더 맞대는 일이다. 지금 권 시장은 옛 성인이 홍수로 다리가 무너졌다면 일일이 주민을 업어다 줄 게 아니라 그들이 오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금언을 마음에 새겨서 다음해에는 더 좋은 성적표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대구,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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