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 취해 욕설·폭행…택시운전 겁나요"

한 해 평균 253건…구속률 0.3% 불과

지난 6월 30일 오전 6시쯤 대구 서부정류장 인근 도로에서 택시기사 A(54) 씨는 술에 취한 승객 B(21) 씨로부터 전치 2주에 해당하는 폭행을 당했다. B씨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요금을 낼 수 없다며 버티자, A씨가 가까운 경찰지구대로 차를 몰고 가는 과정에 벌어진 사건이다. B씨는 A씨에게 욕을 하며 머리를 때리고 가방을 집어던졌다. 심지어 핸들을 잡은 A씨의 팔을 할퀴기도 했다. A씨는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러자 B씨는 따라 내려 A씨에게 계속 폭력을 휘둘렀다.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운전석 보호 칸막이 의무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관련 법을 강화했다. 관련 법은 운전자 폭행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당시 경찰은 사안에 따라 구속 수사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 구속률은 낮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에서 한 해 평균 253건의 운전자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265명이 검거됐다. 이들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5명으로, 구속률은 0.3%에 불과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03건의 운전자 폭행사건이 발생해 205명이 검거됐지만, 구속된 사람은 1명이었다.

택시기사 도기소(64) 씨는 "운전 중 뒷좌석에서 갑자기 공격하면 무방비 상태로 맞을 수밖에 없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차 안에 증인이 없어 범행을 밝혀내기도 어렵고, 오히려 택시기사가 불리한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택시기사들은 범죄예방을 위해 차량 뒤에서 전방으로 내부 촬영이 가능한 블랙박스를 장착하거나 보호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설치율은 저조하다. 대구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설치한 개인택시는 전체 1만 대 가운데 650여 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택시업계는 운전석 보호 칸막이 의무화와 설치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2006년 운전석 보호 칸막이 설치를 의무화했다.

박상기 대구개인택시조합 총무부장은 "운전석 보호 칸막이는 운전자 폭행 예방은 물론 승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인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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