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원전…삼척따라 거부? 울진따라 추진?

영덕군 곳곳에 원전 추진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영덕군민들 사이에 원전 추진 투표와 신중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김대호 기자
영덕군 곳곳에 원전 추진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영덕군민들 사이에 원전 추진 투표와 신중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김대호 기자

동해안 원전벨트 중 울진은 오랜 진통 끝에 2천800억원 규모의 지원금에 울진군과 한수원이 합의했다. 그러나 삼척은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 추진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2년 삼척과 함께 원전부지로 지정고시된 영덕의 행보가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이달 21일 영덕에 온 정홍원 국무총리는 내년 4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영덕 천지원전이 포함될 것을 자신했다. 하지만 영덕의 앞날이 삼척 쪽으로 흐를지 울진 쪽으로 흐를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첫 1천500㎿급이라는데…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재 전 세계 원전은 577개. 이 중 수습이 거의 불가능한 초대형 사고를 일으킨 원전은 모두 6개이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폭발,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4기의 폭발이 있었다. 산술적 계산만으로 원전 사고확률은 100분의 1이 된다.

만약 영덕 천지원전이 추진된다면, 이곳에는 처음으로 1천500㎿급 원자로가 들어선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와 한수원이 발전용량을 다른 원전들보다 더 키워 '기술의 진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첫 건설'가동에 따르는 위험도 더 크게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 원전에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부품들이 다수 공급된 것이 드러났다.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만 200만 개에 이른다. 이들 중 어느 한 부품이라도 불량품이라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 측 주장이다.

◆의견 수렴과 부지 선정

영덕군 한 농민단체는 영덕군의회에 제출한 원전 주민투표 청원서를 통해 청정 영덕의 농업과 수산업이 갖고있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조원에 달하는 영덕대게 그리고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영덕송이의 경제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원전이 들어올 경우 청정 농'수산물을 유통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들은 "원전 관련 의견 수렴과정에서 농민단체와 단 한 차례 토론회나 공청회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서를 접수해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진행 중인 영덕군의회는 부지 선정과정의 문제점과 의혹 해소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전 후보지 선정이 어떠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정해졌는지 아직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원전 후보지 적정성 조사에 포함된 지역이 단수인지 복수인지 여부와 현재 원전 부지가 한수원에서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고 영덕군에 통보한 것인지 아니면 영덕군이 통보한 지역을 한수원이 선정한 것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것이 시원하게 해명되지 않으면 부동산투기설이라는 주민들 사이의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 의회와 주민들의 주장이다.

◆신중한 찬성론 힘 얻어

영덕 경제활성화의 기회로 삼자는 원전 추진 긍정론도 있지만 이들 역시 인근 울진의 사례를 보면서 "울진이 우리들의 모델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입을 모은다.

"울진에 한울원전과 신한울원전이 들어섰지만 과연 울진이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나? 물론 인구'일자리가 늘었지만 여전히 울진은 훨씬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동안 풀렸던 조(兆) 단위의 돈은 과연 어디로 다 갔다는 말인가?"

자신을 원전 반대론자가 아닌 신중론자로 소개한 영덕읍 주민 이모(55) 씨는 교통오지를 한 번 탈피하고 난 뒤 원전 유치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배가 고플 때 중요한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상주~영덕 동서4축 고속도로와 동해중부선철도, 남북7축 동해안고속도로가 2, 3년 내 개통되면 청정 영덕은 관광지로서의 값어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영덕 땅값의 고공행진이 이를 반영한다. 이때까지 원전 유치 추진을 미루고, 그런 뒤에도 비전이 안 보이면 원전을 유치해도 늦지 않다."

정 총리의 영덕 방문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약속도 영덕지역 지식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60년간 1조5천억원의 지원금이 영덕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것은 '법정 지원금'이다. 총리가 와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원전 건설지역에 당연히 가는 돈이다. 7대 숙원사업 역시 해 준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타당성을 고려해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주민들은 지원금이 주민들의 주머니로 직접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도 중시하고 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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