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용상동에 사는 A(19) 양은 지난해 3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아버지는 수시로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학교 가는 것도 막았다. A양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빠와 언니 등 형제 3명도 같은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했다. 가족이라는 이름만 남아있을 뿐 이미 산산조각난 상태였다. 또래들과 어울려 미래를 꿈꾸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까르르 웃어야 할 나이에 A양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만 입고 있었다. 꿈은 없었고 온통 절망뿐이었다.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폭행과 폭언은 계속됐다. 집에서는 숨도 쉴 수 없었다. 결국 집을 나왔다. 가출한 다른 또래들과 어울려 나쁜 짓도 저질렀다. 잠시 현실을 잊어보려고 본드를 들이마실 때마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갔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던 A양의 삶에 한 줄기 희미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경북도청소년진흥원의 '학교밖청소년지원사업'과 인연을 맺으며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경북도청소년진흥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A양에게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 교재를 지원하고, 부족한 과목에는 대학생이나 학원강사로 구성된 '학습지원단'과 함께 일대일 교육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검정고시를 준비한 지 8개월 만인 지난 4월 고득점으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번 수능에 응시해 성적을 기다리고 있다.
A양은 지속적인 개인 상담으로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고, 본드도 완전히 끊었다. 현재 아버지와 별거 중인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웃음도 되찾았다. 약초에 관심이 많은 A양은 대학에 진학해 생약자원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방황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몰라요. 학교를 그만둔 친구들도 부디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말고 자신을 더 아끼면 좋겠어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A양의 사례는 이달 25일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주최 '학교 밖 청소년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자립성취 부문 전국 2등인 은상에 선정됐다. 윤정길 경북도청소년진흥원장은 "A양의 수상 사례를 디딤돌 삼아 보다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청소년진흥원의 꾸준한 지원 덕분에 지금까지 313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가거나 검정고시 합격, 취업 성공 등으로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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