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수필2-아들 군대 가던 날

이용재(대구 남구 대명9동)

매일 아침만 되면 온 집안이 시끄러워지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어제 우리 집 큰아들 정우가 입대를 했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김밥을 먹고 길을 나섰다. 예약해놓은 관광버스를 타고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해서 춘천102보충대까지는 4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우가 태어날 땐 나중에 통일이 되어서 군대 안 갈 거라고 얘기한 게 생각이 났다.

벌써 시간이 흘러 내가 50대에 아들을 군에 보낸다니….

행동은 좀 느리지만 키 크고 멋진 아들인데 떠나보내려니 가슴이 아프다.

항상 엄마, 아빠, 동생을 생각하며 작은 일 하나에도 정이 깊은 아들이다.

"정우야 마음이 어때?" 하니 "아빠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우가 강해져 있음이 내심 듬직해 보였다.

나는 가슴이 시려오는데 정우는 담담하게 차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민이도 형아 군대 간다고 비록 함께 가지는 못해도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한번은 거쳐야 할 국방의 의무라고, 그래도 형아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느덧 고요한 몇 시간이 흘러갔다.

버스 안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낮 12시가 조금 넘어 102보충대 앞에 도착을 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보충대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입장을 했다.

스피커에서 빨리 들어오라고 해서 작별인사는 눈물 젖은 포옹으로 대신하고 행사장으로 들여보냈다. 들어가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나와 같은 많은 부모님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들어가는 정우를 부르려고 했지만 목이 메 말이 나오지 않아 그냥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행사가 끝나고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로한 채 우리는 말없이 대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옆자리에 집사람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나 못지않게 생각이 많고 섭섭할 것 같았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오질 않았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한 것이….

아침에 출근해서 어제 찍은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놓고 보고 있다.

5주 후면 기초훈련 마치고 수료식 날이 돌아온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때쯤이면 살도 빠지고 검게 탄 대한의 아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아들 그때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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