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매노인 찾는 '배회감지기' 왜 안쓸까

안심지역 벗어나면 알림 문자‥이용료 월 3천원

지난 4월 13일 오후 부산 사상구에서 치매가 있는 A(85) 할머니가 갑자기 집에서 사라졌다. 할머니와 함께 있던 가족이 잠시 바쁜 일로 한눈을 판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할머니가 평소 배회감지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위치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10분 동안 두 차례 위치 추적을 했고, 신고 접수 후 15분 만에 집에서 7㎞ 떨어진 곳에서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치매 노인이 실종됐을 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치매노인은 전국에서 600여 명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7월부터 치매 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에게 배회감지기의 기기 값과 통신비를 지원해 월 3천원의 이용료만 내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급된 배회감지기는 전국적으로 638대, 대구는 단 18대에 그치고 있다.

배회감지기는 무선호출기(삐삐) 만한 크기로 보통 끈으로 묶어 치매 환자의 목에 걸거나 주머니 속 혹은 벨트에 끼워 사용할 수 있다. 위성항법장치(GPS)가 내장돼 있어 경찰관이나 보호자는 스마트폰으로 치매 환자가 있는 위치와 주소를 지도와 문자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미리 설정해 놓은 안심지역 3곳을 벗어났을 때는 보호자에게 알림 문자 메시지도 전송된다.

실제로 치매 노인이 없어져 경찰로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전국적으로는 연 7천700건, 대구는 ▷2011년 515건 ▷2012년 448건 ▷지난해 384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노인은 인지력은 낮지만 신체 기능은 정상이기 때문에 이동 반경이 넓어 보호자가 조금만 방심해도 장기 실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했다.

이런 장점에도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치매 환자들은 몸에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성가셔하는 행동 특성이 있고, 기기를 분실할 경우 보호자가 이를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김유수(54) 씨는 "치매 노인들은 인식표가 달린 팔찌나 목걸이, 옷에 실로 박은 명찰 등 거슬린다 싶은 것은 다 떼어 내고 싶어 한다. 또 외출 중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보호자가 20만원이 넘는 기기 값을 물어내야 되는 부담 때문에 사용하길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치매 노인 보호자에게 팸플릿 등으로 배회감지기 사용료를 지원해준다고 알려주지만, 기기를 떼고 돌아다니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치매 노인이 실종됐을 때 빠른 발견을 위해 배회감지기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보건소나 경찰과 연계해 사전지문등록제, 인식표 배부 등 치매 노인 실종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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